등록 : 2008.01.28 19:40
수정 : 2008.01.28 21:03
사설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 1600선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재미를 봤던 개미 투자자들이 그동안 거둔 수익을 다 털어내고 원금까지 까먹는 형국이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던 증권사들은 말이 없다. 투자자 보호를 책임져야 할 정부 당국도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투자의 책임은 개인 몫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상관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원래 주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틀려도 그만이란 얘기인가. 이번 주가 폭락을 계기로 투자자 보호에 소홀한 주식시장의 현주소를 재점검해야 할 때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2008년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은 낙관 일색이었다. 유비에스증권은 올해 중순 코스피지수가 230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현대증권은 6개월 안에 코스피지수가 2400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푸르덴셜증권도 2070~2480을 예측했다. 그 영향으로 일종의 묻지마 펀드인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에는 4조7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몰렸다. 물론 전망은 빗나갔고, 코스피지수는 1600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봄부터 미국 주택금융 부실(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다국적 금융회사들은 보수적인 투자 행태를 보여 왔다. 외국인들은 특히 국내에서 주식을 1년 내내 팔자로 일관했다. 당연히 수익성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둬야 할 시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은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렸을 뿐, 고객들에게 투자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는 데는 소홀했다. 증권사들은 무책임한 장밋빛 주가 전망을 내놓고, 펀드 판매사들은 묻지마식 투자를 권유했으며, 정작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예기치 못한 외부 환경 탓으로 책임 회피에만 매달렸다.
그런 무책임한 태도로는 증권시장이 성장할 수 없다. 지난해 큰 바람을 일으켰던 중국, 인도 등의 묻지마 투자는 이를 부추긴 증권사들의 책임이 적지 않다. 금융시장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막연한 기대로 펀드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떠안은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외면하게 된다. 증권사들부터 무책임한 주가 전망 등에 대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펀드 운용 실태와 투자자 보호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고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을 건강하게 키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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