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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29 19:44 수정 : 2008.01.29 19:44

사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그제 국정연설은 그의 8년 집권이 부정적인 유산을 가득 남긴 채 막바지로 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1990년대와 80년대에 재임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마지막 국정연설이 집권 성과를 과시한 것과는 딴판이다.

부시는 이번 연설에서 새로운 제안을 하기보다 경제와 이라크 문제에 집중했다. 둘 다 부시 행정부가 자업자득으로 맞닥뜨린 국가적 난제이자 지구촌 전체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우려했던 대로 부시는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라크 등 중동 문제에서는 이제까지의 무력 개입정책을 무리하게 옹호했으며, 경제에서는 지난주 내놓은 경기부양책에 기대면서 의회와 국민의 협력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발상 전환은 고사하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태도조차 미흡했다.

북한과 6자 회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부시는 2002년 취임 뒤 첫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이후 연설에서도 ‘억압정권, 무법정권, 가장 위험한 정권’ 등의 용어를 썼다. 이런 강경기조가 북-미 갈등과 핵 위기의 주요 원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다가 지난해에는 “파트너들과 함께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이룩하기 위해 집중적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고 해 6자 회담 노력을 부각시켰다. 이번에는 회담에 비판적인 강경파를 의식해 이런 문구까지 뺀 듯해 유감이다.

부시는 이번 연설에서 ‘믿는다’라는 단어를 두드러지게 사용했다. 경제 문제에서는 돈 가진 사람을 믿고, 의료 문제에서는 환자와 의사를 믿고, 교육 문제에서는 학생을 믿고, 에너지 문제에서는 과학자와 기술자를 믿고, 대외 정책에서는 지구촌 사람들을 믿는다는 것이다. 믿어서 나쁠 건 없지만, 이런 믿음이 자신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빌미로 사용돼선 안 될 것이다. 특히 대외 정책에서는 문제를 만든 부시 자신이 사태 해결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미국은 지금 나라 안팎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부적절한 정책이 누적된 결과다. 미국이 아무리 초강대국이더라도 지도력이 올바로 행사되지 않으면 곧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는 사실을 부시 행정부가 입증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부정적 유산을 최대한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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