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29 19:45
수정 : 2008.01.29 19:45
사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노동 관련 행보가 걱정스럽다. 이 당선인은 애초 민주노총과 만나기로 예정된 어제 오후 인천 부평구 지엠대우자동차 공장을 찾았다. 당선인은 그 자리에서 노사화합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노동자를 대표하는 전국 조직인 민주노총과의 만남은 석연찮은 이유를 내세워 갑자기 취소하고, 대신 그 시각에 단위사업장을 찾아 노사화합을 부르짖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다. 당선인의 행동과 인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대략 난감’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찾은 지엠대우차 공장은 노사화합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해 놓고 ‘원청인 우리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비정규직 탄압 사업장이란 이면도 있는 곳이다. 이 당선인이 이를 알고 갔을까. 하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경제성장만 되면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그의 눈과 귀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규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을지 모르겠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이런 행보가 본질적으로 편협한 그의 노동관과 맞닿아 있다는 데 있다. 지금껏 드러난 이 당선인의 말과 행동은 이런 걱정을 떨치기 어렵게 한다. 당선 뒤 곧바로 재벌총수를 찾은 그가 노동계를 찾은 것은 한 달이 지나서였다. 민주노총과의 예정된 만남도 돌연 ‘법과 질서’를 내세워 파기했다. 그 잣대가 왜 유독 민주노총에만 적용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당선인이 만난 재벌총수 중에는 범법행위로 구속된 적이 있는 이도 끼어 있었다. 법과 질서는 특검 대상인 이 당선인 본인을 비롯해 사용자와 노동자 등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돼야 마땅하다.
이 당선인은 얼마 전 한국노총과 벌인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에는 노사 모두가 포함된다’고 했다. 민주노총과의 간담회 파기 과정을 보면 그 말은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었던 모양이다. 앞으로 노정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 그 결정적 요인이 이 당선인 자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터이다. 다음달이면 이 당선인은 대통령에 취임한다. 대통령은 결코 노무관리를 하는 기업주가 아니다. 바람직한 국정운영은, 듣고 싶은 귀만 열어두고 만나고 싶은 사람만 만나서는 가능하지 않다.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 당선인은 자신의 노동관을 되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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