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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30 19:41 수정 : 2008.01.30 19:41

사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영어교육 개편 방안의 뼈대가 나왔다. 임기 안에 영어전용 교사 2만3천명을 선발하고, 기존의 교사들에게는 해마다 3천명씩 영어능력 심화연수를 한다. 이를 통해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을 2010년부터 시작해 2012년엔 초등 1, 2년을 제외한 모든 초·중·고교로 확대하며, 수준별 수업을 도입하고, 학급당 학생 수도 줄여나간다는 것이다. 영어 사교육비가 15조원에 이르고, 영어 실력으로 사회적 신분이 좌우되는 지경에 이른 현실에서 영어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처방이라고 제시한 게 남의 다리를 긁는 것처럼 생뚱맞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개편을 통해 이루겠다는 목표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유로운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고, 영어 사교육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나무랄 데 없는 목표다. 그런데 10여년 동안 하루 서너 시간씩 죽어라 공부했는데도, 생활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건 학원이건 대학입시에 필요한 영어만 가르치기 때문이다. 학생들로서는 입시교육에 치여 실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배울 여가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따라서 생활영어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무엇보다 먼저 이른바 주요 대학의 입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들 대학이 입시에서 더 높은 영어 점수(혹은 등급)를 요구하는 한, 중·고교는 입시교육에서 벗어날 수 없고, 학생은 시험성적 올리기 경쟁에서 해방될 수 없다. 그런데 인수위 개편안은 새로 도입한다는 국가영어능력 평가시험을, 2014년 대학입시까지는 읽기·듣기만 평가하다가, 2015년부터는 말하기·쓰기도 함께 평가하는 쪽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입시에 필요한 영어 영역이 둘 더 늘어나는 것이다. 대학이야 더 높은 점수(등급)을 요구할 테고 정부는 이를 통제할 수도 없으니, 학생들로선 더 높은 점수를 얻고자 사투를 벌여야 한다. 이래서야 어떻게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까.

교육 문제를 토목공사처럼 생각하는 발상도 문제다. 영어 교육과정만 이수한 사람도 교사로 채용한다는 게 상징적이다. 교사는 벽돌처럼 찍어내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교과 실력만이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소명과 철학이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은 벽돌을 쌓아 올리는 것과 다르다. 그랬다가는 성수대교처럼 우리 교육 전체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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