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1.31 20:06
수정 : 2008.01.31 20:06
사설
4월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공천 문제로 시끄럽다. 한나라당에선 ‘부정부패 전력자 공천 불허’ 당규의 적용을 놓고 집단 탈당까지 입에 올린 줄다리기가 벌어졌고, 대통합민주신당에서도 ‘호남 물갈이론’에 발끈한 쪽이 탈당 및 독자세력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선 때마다 불거지던 구태가 또 반복되니 안타깝다.
한나라당의 경우, 절충 끝에 문제된 당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정치적 약속이 지켜진 것이라는 평가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뼈대를 추리면 원칙의 후퇴라고 봐야 한다. 규정에 흠이 있으면 절차에 따라 고칠 일이지, 이번처럼 정치적 편의를 앞세워 이리저리 자의적으로 적용할 일은 아니다. 사실, 이번 사태는 당 주도권을 확실히 하려는 쪽과 집단행동으로라도 생존을 도모하려는 쪽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됐다. 계파 이해를 앞세운, 낡은 모습들이다. 그에 더해, 그 해결책까지 원칙보다 계파간 이해를 절충한 것이라면 장차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인정받긴 어렵게 된다. 물갈이는커녕 ‘보은 공천’ 따위의 구태까지 덩달아 판칠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치가 법보다 우위에 있다”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아들 김현철씨를 자신의 영향력 몫으로 공천해 달라는 뜻을 비친 게 바로 그런 것이다.
통합신당에선 최대 계파인 정동영 전 대통령 후보 쪽 인사들이 호남 물갈이론을 “손학규 대표의 호남 장악 의도”라고 비난하며 신당 창당을 입에 올리고 있다. 공천에서 자파 몫을 보장해 달라는 압박이겠지만, 실제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한다. 이런 말을 하는 이들은 당장 명분이 없다는 국민의 비판을 받더라도 장기적으론 이익이 된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은 금방 잊기 마련이라며, 국민을 업신여기는 데서 비롯된 발상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통합신당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바꿔야 한다는 과제를 안겼다. 한나라당도 지금 모습에 국민이 만족해 지지한 게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두 당 모두 물갈이가 절실한 이유다. 그런데도 지금처럼 계파나 개인 이익을 앞세운 행태가 용인된다면 국민이 바라는 변화, 곧 큰 폭의 물갈이는 어려워진다. 이런 정치에 국민이 더 애정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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