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01 20:42
수정 : 2008.02.01 20:42
사설
여성가족부를 보건복지부로 통폐합하려는 데 대한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다. 여성계는 연일 여성부 폐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제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여성단체 소속 회원들이 대거 모여 국회가 여성부 폐지 반대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반발의 기류는 진보와 보수 등 여성계 전체에 걸쳤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스스로 원인 제공자다. 이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말 80여 여성단체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달도 채 안 돼 약속은 도리어 여성계의 등을 치는 형태로 돌변했다. 여성부 폐지안이 발표된 데 이어, 지난 18일 이 당선인은 “여성부는 여성 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는 발언까지 했다.
약속 이행 여부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걱정스러운 건, 여성부 폐지가 불러올 상황이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보건복지여성부로 개편하는 것은 여성부 폐지가 아니라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정운영의 효율성은 중요하다. 여성부의 일부 정책이 이런 지적을 받을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법이다.
조직과 예산 규모 등에 견주어 볼 때 복지부와 여성부의 통폐합은 누가 봐도 여성부가 복지부에 흡수되는 모습이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늘 현안이 끊이지 않는 부처다. 향후 보건복지여성부로 개편되면, 여성정책은 정책우선 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 당선인 쪽이 지향하는 선진국의 주요 지표 중의 하나가 여성의 지위다. 고학력 여성들의 약진이 돋보이지만, 우리의 여성 권한 척도는 아직도 세계 64위다. 비정규직 등 많은 여성은 여전히 빈곤과 차별 앞에 놓여 있다.
2001년 출범 이후 여성부는 호주제 폐지 등 나름대로 여성 인권과 양성평등을 위한 정책을 펴 왔다. 여성부 폐지는 자칫 이런 정책적 노력이 실종되거나 주변 업무로 떨어지게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당선인과 인수위는 적어도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답해야 한다. 여성 인권을 진작하고 성평등을 드높일 정책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꾸려 갈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제시돼야 한다. 여성부 폐지 여부는 그 다음에 거론할 일이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런 점을 충분히 짚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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