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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01 20:43 수정 : 2008.02.01 20:43

사설

서울시엔 도시를 대표할 만한 광장이 없다. 여의도 광장은 공원으로 바뀌었고, 시청앞 광장이 새로 만들어졌으나 각종 행사가 일년 내내 열린다. 겨울철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터라 광장 구실을 더욱 못한다. 서울시가 광화문에서 청계광장에 이르는 큰길 가운데에 ‘광화문 광장’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달 안에 착공할 생각이라고 한다. 환영할 일이다. 광화문 광장은 복원된 청계천 일대와 어우러져 새로운 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서울시의 계획에 서울경찰청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집회·시위 장소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경찰은 정부중앙청사와 주한 미국 대사관 등이 가까이 있어 이곳에서 시위가 빈발할까 우려된다며, 국가신인도 문제도 있으니 사업계획을 보완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고 한다. 시위가 벌어질 만한 공간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경찰의 인식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을 740미터의 길 가운데 부분에 너비 34미터 규모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교통 흐름 때문이라면 경찰의 반대 의견은 경청해야 한다. 그러나 양쪽에 5차로씩 길을 남겨두고 나머지 부분만 광장으로 만드는 까닭에 광장이 교통 흐름에 지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그정도 넓이면 대규모 시위가 가능한 공간도 못된다. 설령 시위 장소로 쓰인다고 해도, 그것이 광장 조성을 반대할 이유는 될 수 없다. 시위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경찰은 그 권리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가 아니다. 자신들이 귀찮은 일을 당하느니 시민 편의를 희생시키는 게 낫다는 것인가?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인식이 군사독재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모습은 걱정스럽다. 경찰은 지난달에도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 저지선(폴리스 라인)을 넘는 시위대는 전원 연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큰 반발을 산 바 있다. 집회·시위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한다.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시위가 없진 않으나, 법질서를 앞세워 경찰이 강제로 이를 고치려 든다면 시위만 더욱 거칠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경찰은 시위라면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집회·시위의 권리가 잘 보호될 때, 오히려 시위 문화도 선진화될 수 있다. 광장을 만드는 일에 시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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