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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03 19:29 수정 : 2008.02.03 19:29

사설

과거 우리 정치에선 최고 권력자나 보스 한 사람의 뜻에 모든 게 좌우되는 정당, 계파간 쟁투와 알력으로 지새는 정당이 많았다. 정치인들의 소신을 벗어던진 줄서기, 돈 공천, 밀실 담합 따위도 이런 정당 풍토에서 비롯되고 배양됐다. 주요 정당들이 상향식 공천 등 당내 민주주의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는 것도 이런 과거 정치에 대한 반성에 터잡고 있다. 정치개혁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요즘 한나라당을 보면, 이런 노력과는 반대로 다시 과거의 낡은 정당으로 되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당장 ‘계파간 나눠먹기’나 ‘보스 정치’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부터 그렇다.

공천신청 자격 문제로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진영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사이의 갈등은, 엎치락뒤치락 끝에 양 계파가 서로의 힘을 인정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박 전 대표 쪽 핵심 인물이 공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당규를 개정하는 대신, 이 당선인의 측근인 고위 당직자 사퇴 요구를 슬그머니 철회하는 게 미봉의 조건이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강재섭 대표와 공천심사위원회는 발언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채 무력화됐다. 정당의 공식기구 대신 옛날 식의 패거리 정치만 횡행한 것이다.

이런 봉합은 공천 나눠먹기로 이어질 게다. 서로 지분 다툼에 급급하면 물갈이나 개혁 공천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의 영향력에 기댄 ‘실세 측근’이나 ‘중간보스’들까지 세력을 넓히려 다툴 게다. 실제로 공천 희망자들의 실세 줄대기는 이미 만연해 있다고 한다. 역시 구태 정치다.

당 일부의 ‘이명박당 만들기’ 주장은 더 걱정스럽다. 최고 권력자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정치 구도를 짜맞추려 했던 우리 정치사의 여러 시도는, 대부분 격심한 갈등 끝에 실패로 돌아갔다. 이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권을 쥐었다고 자기 사람 심기 따위의 ‘사당화’(私黨化)에 열중한다면 반발과 분열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정치위기는 여기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자신과 다른 의견의 존재를 성가신 것으로 여긴다면, 합의를 통해 힘을 모으는 민주주의 본래의 기능이 작동할 수 없게 된다. 다른 당에 견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한나라당이 투명한 절차와 제도, 당내 민주주의를 더욱 소중히 지켜야 할 까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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