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04 19:22
수정 : 2008.02.04 19:22
사설
정부는 어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9월의 본인가 때까지 지역 안배를 고려한 일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학교육위원회와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청와대가 경남 등 일부 지역에 대한 배려를 요구해 진통을 겪은 끝에 나온 절충이다.
정부는 로스쿨 총입학정원이 변경되거나, 예비인가 이행 과정에서 일부 정원 조정이 있으면 지역 안배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결정으로 로스쿨 선정을 둘러싼 지금의 논란이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총입학정원을 얼마만큼 늘릴 것인지를 놓고 다시 논란과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도 있거니와,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대학들이 지역과 연고, 종교를 내세워 저마다 이해를 다투고 목소리를 높이는 양상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총선에서 정치 쟁점으로 번지면 더한 왜곡도 있을 수 있다.
근본적인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애초 합리적 근거도 없이 정해진 로스쿨 총입학정원제를 폐지하는 게 그것이다. 사실 총입학정원제는 법률서비스 소비자인 국민의 요구나 로스쿨 교육 주체인 대학의 처지와 달리, 기득권을 지닌 법조계의 강력한 주장을 절충하려 도입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에게 양질의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나 대학의 교육능력과는 무관하다.
이번 로스쿨 논란의 근본 원인도 이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정부가 정한 인가기준에 따라 교육능력이 있다며 41개 대학이 신청한 희망 입학정원은, 정해진 총입학정원의 두 배 가까운 3960명이었다. 학교별 상한을 두지 않았다면 더 많았을 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사법시험 합격자 수 따위를 기준으로 심사했다고 해서 경쟁에 나선 대학들이 모두 승복할 리는 없다. 그런 식의 ‘대학 서열화’는 합의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근본 원인을 돌아보기는커녕 지금 와서 ‘시·도별로 하나씩 로스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그런 식의 안배가 법학교육위원회가 진작에 심의 기준으로 밝힌 ‘권역별 배분’ 원칙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볼 근거도 없다.
총입학정원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쪽이 내세우는 대학의 자율과 시장에서의 경쟁 원칙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현 정부의 잘못을 고치겠다면 이것만큼 명분이 확실한 것도 많지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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