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05 21:14
수정 : 2008.02.05 21:14
사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국정 운영 청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 5대 국정지표, 21대 전략목표, 192개 국정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기존의 공약을 우선순위와 중요도에 따라 핵심·중점·일반 과제로 분류하고 엮어 국정 운영의 큰틀을 제시한 셈이다.
인수위는 예상대로 경제 활성화와 교육, 공공기관 개혁에 강조점을 뒀다. 반면 복지와 외교안보는 주목할 만한 국정 과제가 잘 보이지 않는다. 문화는 아예 주요 과제에 오르지도 못했다. 그나마 제시된 과제들도 구색 맞추기식으로 기존 정부가 해 오던 것들을 끼워넣었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경제 살리기에 승부를 걸겠다는 것은 좋지만 사회·문화·외교안보 등 다른 분야를 도외시해서는 곤란하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보완이 필요한 분야들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규제개혁 분야의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신성장동력 확보 분야의 새만금 개발과 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이다. 대운하 건설을 친환경 경제·에너지구조 분야에 넣어놨지만 사실상 새만금 개발, 과학벨트 구축과 함께 신성장 동력 확보의 핵심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 땅 파는 사업이다. 과연 이들이 21세기에 맞는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규제개혁도 장기 구상이 없는 상태에서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등 각론만 제시돼 있다. 특히 두 가지는 시장경제와 공정경쟁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다. 차기 정부의 정책 목표 중 하나인 규제개혁이 관치경제의 틀을 벗고, 공정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제대로 설계됐는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복지분야는 눈에 띄는 것이 거의 없다. 금융 소외자 지원, 저소득층 자녀 지원, 지속 가능한 의료보장 체제 등 정부가 해 오던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 수준이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통합도 기존 공약을 재확인한 정도다. 외교안보 쪽도 ‘비핵개방 3000’이란 공약을 제외하면 역점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문화에서는 디자인 강화 하나만 달랑 제시돼 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일자리 창출 쪽이다. 7% 성장 외에는 대책이 없다.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냉정하게 보면 연평균 7% 성장은 어렵다. 방법이 있다면 대운하를 비롯한 대규모 토목사업이다. 결국 국가 경쟁력 강화보다는 토목사업으로 고용을 늘리고 경제지표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한 것으로 읽힌다.
물론 정부 정책을 공급자인 정부가 아니라 수요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다루겠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다. 자원·에너지 중심의 실용외교나 공공기관 혁신 등도 필요하다. 그러나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국정과제가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다. 비현실적인 7% 성장론이나 원칙 없는 규제개혁론을 재검토하고, 시장경제와 사회복지를 함께 고려한 균형 있는 국정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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