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0 20:22
수정 : 2008.02.10 20:22
사설
이명박 정부가 임기 중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20%까지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5년간 해마다 1% 포인트씩 낮춰가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정책이나, 그것이 새 정부가 바라는 대로 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로 말미암은 세수 결손은 서민의 세 부담을 크게 늘려놓을 게 뻔하니 걱정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법인세를 낮춰 국내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세금을 내린다면 우리도 법인세를 내리는 쪽으로 세제를 개편해 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책은 때에 맞아야 하고 적절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 세율 25%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를 빼고 보면 지금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중국조차도 지난해까지 외자기업에 주던 법인세 특례를 없애고 올해부터 25%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가 앞장서서 법인세율을 크게 낮출 이유가 없다.
새 정부 경제정책 입안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이 투자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1조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엄청난 세금 감면에 걸맞은 효과가 있느냐가 문제다. 참여정부에서도 한나라당의 강한 요구로 2005년부터 법인세율을 2%포인트 낮췄으나, 그것이 투자를 활성화했다는 증거는 없다.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보고도 없다. 경제를 활성화하려고 세금을 내리자는 것이라면, 법인세 인하보다 효과가 더 큰 다른 감세 방안을 고민할 일이다.
법인세 인하 혜택은 대부분 극소수 대기업에 돌아갈 뿐이다. 2006년 법인세 신고 내용을 보면 연간 수익 500억원이 넘는 기업 319곳이 전체 법인세의 61.7%를 냈다. 수익이 100억원을 넘는 기업까지 합치면 1355곳이 전체 법인세의 75.3%를 냈다. 법인세 감면분의 대부분이 이들 기업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뿐이다. 사실 투자가 부진한 쪽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이다. 새 정부가 진정으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라면 법인세 인하보다는 중소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다른 정책에 돈을 쓰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수조원의 나랏돈을 대기업에 바치고 그 부담을 서민에게 지울 법인세 인하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