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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0 20:25 수정 : 2008.02.10 20:25

사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 모임’의 토론회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 추부길씨의 비난 발언은 이른바 사이비 전문가 논란을 야기했다.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장이기도 한 추씨는 이 토론회에 대해 ‘비전문가들의 정치적 행동’이라고 매도했다. 추씨는 목사 경력에 정치홍보 대행업을 오랫동안 하다가 어느 날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대운하 전문가 행세를 하게 되었으니 논란의 결과는 뻔했다.

그러나 초점이 영혼(전문지식)을 팔아 개인적 영달과 이익을 챙기려는 전문가 집단의 정치적 행태로 번지면서 논란은 뜨거워졌다. 사실 전문가들은 일쑤 정치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해왔다. 법률 혹은 법학 전문가들은 쿠데타와 내란을 합리화하고 인권유린을 합법화했으며,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로 만들었다. 토목공학 전문가들은 평화의 댐을 홍보하는 데 앞장섰고, 새만금 사업을 정당화하는 억지 논리를 개발했다. 사이비 전문가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거대한 혹세무민은 있을 수 없었다. 지금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은 다시 한번 이런 전문가들을 대량생산하는 부화기 노릇을 하고 있다.

권력에 기생했던 과거의 전문가들과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보다 검증을 기피한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교수 모임이 요구했던 건 다름 아닌 대운하의 문제에 대한 공개 검증이었다. 지적된 사항을 제대로 검증만 한다면 논란이 필요없는 일이었다. 사실 서울대 교수 모임뿐 아니라 국민 대다수는 대운하의 비경제성, 환경훼손, 홍수피해, 문화재 훼손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이 당선인도 사전 검증을 약속했다. 그러나 추씨 등 그의 대운하 참모들은 검증 요구 자체를 정치적 행위라고 매도하며 검증을 회피한다. 정치적 대응의 전형이다. 하긴 자신의 학문적 소신을 번복한 이들도 있으니 검증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전문가들이 손쉽게 권력의 나팔수로 나서는 이유는, 거짓이 들통 나더라도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임질 일은 없고 개인적 영달만 기대되는데 누가 자신의 영혼을 팔아먹는 일을 주저할까. 이제 그런 곡학아세하는 전문가들은 추방돼야 한다. 그들에 의한 혹세무민의 폐해는 너무나 크다. 그러자면 어떤 정책이건 관련된 전문가에게 사후 책임을 철저히 묻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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