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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1 19:51 수정 : 2008.02.12 15:20

사설

충남 천안의 한 삼성 계열사가 명절 때마다 대대적으로 떡값을 뿌리는 방식으로 시청·도청·경찰청·지방노동청 등의 일선 공무원들을 관리해 왔다고 한다. 제보자는 대부분의 삼성 계열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공무원들에게 떡값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제공된 떡값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실무자급 공무원인 까닭에 몇십만원에서 일백만원 사이다. 하지만 그 범위가 넓고 대상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허가 관련 공무원이나 업무상 편의를 봐줄 수 있는 공무원들에게는 거의 예외 없이 떡값을 돌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이 깨끗해진 것으로 알려진 일선 공무원들이 아직도 업무와 관련해 일상적으로 돈을 받아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폭로로 드러난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운용 실태를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나서 사실 여부를 밝혀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공무원들에게 떡값을 건네는 일을 관행이란 이름으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기강을 흔들고 공무원 사회를 뿌리부터 썩게 만드는 일이다. 돈의 액수가 문제가 아니다. 담당자에서부터 주임·과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기업 돈을 받아 챙긴다면 업무가 공정하게 이뤄질 턱이 없다. 예를 들어보자. 지방노동청 공무원이 사용자 쪽한테서 떡값을 정기적으로 받았다면 노동쟁의가 났을 때 공정한 처지에 설 것으로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시청이나 경찰청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라면 공무원 수를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도 할말이 없다.

이번 폭로가 사실이라면, 삼성의 행태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노사분규, 안전관리, 인허가 등의 업무를 항상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면 어떻게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리의 삼성’이란 명성이 돈으로 쌓아올린 포장에 불과했다는 얘기도 나올 만하지 않은가.

이번 폭로는 기업과 공무원들 사이의 떡값 관행이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 있는지를 확인해 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관계 당국은 몇십만원의 떡값이 나중에 훨씬 큰 부정과 비리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유념하고 사실 규명과 관련자 처벌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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