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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1 19:53 수정 : 2008.02.11 19:53

사설

1922년 총독부가 광화문을 철거하려 했을 때 일본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는 “오! 광화문이여, 광화문이여, 그대의 운명이 지금 다해가고 있구나!” 하고 절규했다. 그의 절규는 총독부를 움직여 철거만은 면하도록 했다. 85년 전 한 일본인의 절규가 오늘 새삼 가슴을 찌르는 건, 그처럼 절규할 겨를도 없이 숭례문이 전소된 까닭이다.

우리는 숭례문을 대한민국 문화와 기품의 상징인 양 세계인에게 자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숭례문이 그렇게 간단히 불타 주저앉도록 방치하고 있었다. 그 처참한 몰골 앞에서 우리는 고작, 그와 함께 무너져내린 억장을 쓸어올릴 뿐이다. 세계인은 우리를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는 무엇으로 타버린 문화적 자존심을 복원할 수 있을까.

숭례문의 참극은 이미 거듭 경고된 것이었다. 그것이 누전 등에 의한 것이었다면, 전소된 강원도 원주 구룡사와 양양 낙산사 사태에서 교훈을 받아야 했다. 방화로 불 탄 것이라면,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서장대 전소 사건이나 창경궁 문정전 방화사건 때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방재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간이 소화기 8대를 비치한 게 고작이었다. 웬만하면 설치하는 스프링클러나 화재감시센서도 없었다.

경고를 던진 건 문화재 소실사건만이 아니었다. 엊그제는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극이 발생한 지 1년 되던 해였다. 연초엔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참사가 일어났다. 사소한 부주의, 부실한 방재장치는 되풀이되는 화재참극의 공통된 원인이었다. 진화체계나 관리도 부끄러운 수준이었다. 주요 문화재라면 내부구조와 화재 대처요령 등을 담은 매뉴얼이 있어야 마땅하다. 매뉴얼조차 없다보니, 어디에서 불이 타오르는지 알 수 없었고, 5시간여 우왕좌왕했다. 관리자인 중구청은 민간업체에 경비를 위탁한 것을 제외하고는 한 일이 없다. 모두 방관하고 무관심했다.

더 불안한 건, 화재에 치명적인 다른 목조 문화재들이다. 2005년 낙산사 전소 이후 조사한 결과로는, 이런 중요문화재가 124점에 이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다섯 곳만 방재장치가 설치됐다. 정부는 어제 다시 중요문화재 방재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보 1호까지 불태웠으니, 이번엔 제대로 집행될까. 신뢰를 얻으려면, 엄격한 책임자 문책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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