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2 19:38
수정 : 2008.02.12 19:38
사설
지난달 국회에서 의결된 ‘위헌결정에 따른 학교용지 부담금 환급 등에 관한 특별법’에 대해 정부가 재의를 요구하기로 어제 결정했다. 거부권 행사다.
문제의 특별법은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300가구 이상 단지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이 시·도지사에게 분양값의 0.7%씩 일률적으로 납부한 학교용지 부담금을 되돌려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국가가 의당 부담해야 할 의무교육 비용을 유독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지우는 게 옳지 않다는 것은 더 이를 나위가 없다. 헌법재판소가 2005년 학교용지 부담금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도 이런 이유였다. 많게는 수백만원을 더 낸 이들이 특별법 시행을 기다리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거부권 행사를 탓할 일은 아니다. 따지자면 탓할 쪽은 따로 있다.
학교용지 부담금은 시·도지사가 거둬 지방교육 재정으로 전입해 집행하도록 돼 있었다. 돈을 거두고 쓴 쪽이 시·도이니, 환급을 해야 한다면 그 책임도 당연히 시·도여야 할 것이다. 사실 지난해 2월 이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할 때까지만 해도 환급 재원을 마련할 책임은 시·도에 있었다. 그런데 11월 법제사법위원회의 자구심사 과정에서 재원부담 주체가 국가로 바뀌었다. 법사위는 “시·도의 어려운 재정 여건”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개별 지자체가 쓴 돈을 국민 전체가 물어내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 법이 법 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주장도 새겨 들어야 한다. 특별법은 형평성을 내세워, 따로 불복청구를 내지 않고 이미 부담금을 낸 이들까지 모두 납부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헌재법 제47조는 원칙적으로 위헌 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택지소유 부담금, 토지초과 이득세 등도 위헌 결정을 받았지만 소급해 환급하진 않았다. 사실상 초유인 이번 특별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다른 특별법 제정 요구가 잇따르는 등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이 법으로 국가가 져야 할 3500여억원 말고 더한 재정 부담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총선용 선심’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올 법도 했다.
특별법은 출석 의원 223명 가운데 216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의결됐다. 국회로 되돌아가더라도 재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전에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원칙에 어긋난 게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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