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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2 19:38 수정 : 2008.02.12 19:38

사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나눠주는 지방교부세를 지자체 관할지역 기업들의 노사관계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인수위는 노사관계와 고용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을 높이고자 검토 중인 안이며,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아주 잘못 짚었다.

인수위의 발상은 단순하다. 정부는 파업 건수가 적은 지자체에는 지방교부세를 많이 주고, 그렇지 않는 곳은 ‘책임을 물어’ 지방교부세를 적게 지급한다. 이리 되면 늘 재정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로서는 지방교부세를 더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노사분쟁을 적극 관리하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파업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는지 몰라도, 실은 너무나 비상식적인 발상이다. 인수위 안은 우선 파업을 줄이겠다는 의도와 달리, 노조의 협상력을 키워 파업을 더 부추길 여지가 많다는 게 노동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게다가 지자체는 노동쟁의와 정책적 고리가 거의 없다. 이를 다룬 예도 거의 없고, 관할 지역 노동쟁의에 개입해 이해관계를 조정할 만한 전문인력도 없다. 이런 지자체에 지방교부세를 통해 노사관계에 대한 책임을 높이겠다는 인식은 현실을 도외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인수위 안의 또다른 문제는 파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깔렸다는 데 있다. 파업은 해서는 안 되는 ‘잘못된 것’이란 생각이 그것이다. 물론 노사는 되도록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해와 힘이 본디 다른 게 노사관계인데다, 여전히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는 기업주들도 적지 않은 게 오늘의 노동현실이다. 파업은 대체로 노동자에게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다. 인수위는 헌법이 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인수위는 노사관계와 고용실적에 따라 고용보험기금도 차등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하니, 이쯤 되면 할말을 잃는다. 고용보험기금은 노동자들의 실업에 대비해 마련된 돈이다. 이를 파업 건수에 따라 차등을 두어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무파업 지상주의’의 극치다. 인수위는 이런 황당한 안을 놓고 시간을 낭비할 게 아니라 노사갈등의 핵심적 현안인 비정규직 노동자 대책부터 살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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