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3 20:13
수정 : 2008.02.13 20:13
사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양 정당 협상이 난관에 부닥쳤다. 그동안 통일부를 존치시키고 인권위원회를 독립기구로 그대로 두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지는 등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해양수산부와 여성가족부, 농업진흥청 존폐를 놓고 한나라당 쪽은 폐지 의견을 고수하는 반면에 통합민주당 쪽은 이들 부처가 담당한 업무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한나라당 쪽에서는 내일까지 합의가 안 되면 논란이 되는 부처를 빼고 내각 명단을 발표하거나, 아니면 구체적인 부처 장관을 명기하지 않은 국무위원 명단으로 인사청문회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상대를 향한 사실상의 협박이다. 새정부 출범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답답해하는 심정이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런 행보는 바른 길이 아닐 뿐더러 앞으로 정국 운영에도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어차피 정당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머리를 맞대고 합의점을 찾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통합민주당 쪽은 한나라당이 특임장관 자리를 신설하는 것을 재고하면 해양부나 여성부 중에 하나는 양보할 수 있다는 식의 타협안을 이미 내놓았다. 한나라당 쪽도 좀더 유연하게 나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내 의견만 옳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는 것은 독선이다. 더구나 그 의견이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던가는 통일부와 인권위를 원상 회복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차기 여당과 야당이 거래하는 식의 협상을 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지만, 따지고 보면 애초 잘못은 이 당선인 쪽이 몇몇 사람으로 밀실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을 뚝딱 만들어서 국회에 던져놓고 짧은 기간 안에 처리를 요구한 데 있다. 국민 생활과 국가 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인데도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연 적이 있었던가. 정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말로 특정 부처를 없애는 게 맞는지, 없애면 그 기능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게 옳은지 등등에 대해서 국민과 전문가의 견해를 시간을 두고 충분하게 수렴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 과정 없이 당선인 구상대로 따라오라는 식은 독재 나라에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에 충실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니면 이른바 정치력이라도 발휘해야 한다. 지금 국민은 이 당선인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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