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02.13 20:15 수정 : 2008.02.13 20:15

사설

2·13 합의 한돌을 맞았다. 북한 핵시설 불능화에서 성과가 있었지만, 핵 신고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을 둘러싼 교착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실무 접촉이 이어지고 있으나 출구는 잘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위기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북-미 사이 신뢰 부족이다.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믿지 못하는 미국은 플루토늄 보유 실태와 우라늄 농축계획 해명, 과거 외국과의 핵 협력 등을 포함한 ‘완전한 신고’를 요구한다. 이에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등 자신이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먼저 항복을 강요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성실하게 실천해 신뢰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단계로 이행한다는 2·13 합의의 기본정신 자체가 불신의 벽에 막힌 셈이다.

한국 책임도 적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난 몇 해 동안 고비마다 보여준 조정·중재 역량을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6자 회담 전체의 동력이 떨어지는데도 현상유지에 안도하며 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정권교체기라는 특수성이 작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책임한 모습임은 분명하다. 이제까지 어렵게 쌓은 성취물을 잃어 버린다면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새 집권세력의 책무는 막중하다. 어제 <한겨레>에 보도된 ‘남북관계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보듯이, 실용주의를 내세운 새 집권세력의 한반도 관련 정책 기조는 매우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남북관계에 대한 관심 부족은 물론이고, 한반도 비핵화에 이르기까지의 구체적이고 순차적인 정책 이행안도 없는 탓이다. 이래서는 평화체제 구축 등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과제는 차치하고라도 당장의 핵문제에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한반도 관련 문제처럼 우리 운명에 큰 영향을 끼칠 사안에서는 기존 정책의 연속성을 살리면서 기동성 있게 대응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한-미 동맹 강화 등 막연한 주장만 할 게 아니다.

지금 여러 전문가들은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의 신고와 미국의 상응조처를 여러 단계로 나눌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합의 이행을 쉽게 한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노력이 서로 신뢰를 높일 수 있느냐다. 어떤 경우든 한국은 새로운 생각과 동력을 공급하고 일이 되도록 만드는 ‘주도적 역할’을 소홀히하지 말아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