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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4 19:47 수정 : 2008.02.14 19:47

사설

국회 국방위원회가 군필자에게 채용시험에서 가산점을 주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그제 의결했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지 9년 만에 군 가산점 제도가 되살아나게 된다. 병역 의무로 말미암아 남자들이 여러 기회를 놓치는 것은 사실이다. 가뜩이나 청년 취업난이 심한 상황에서 병역으로 생기는 공백은 취업 경쟁에 큰 부담이 된다. 공무원 시험 등에서 여성들의 합격률이 빠르게 높아지자 남자들의 불만은 계속 커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 있는 제도를 다시 도입하는 게 바람직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이번 법 개정안은 과거 제도에 견주면 군필자에게 주는 혜택을 크게 줄이긴 했다. 과거에는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이 만점의 3~5%나 됐으나 개정안은 득점의 2% 범위로 제한했다. 군 가산점 혜택으로 합격하는 인원이 전체 채용 인원의 20%를 초과할 수 없게 하는 조항도 뒀다. 하지만 개정안도 99년 헌재가 만장일치로 내린 위헌 결정의 뜻을 거스르기는 마찬가지다.

헌재는 “군 복무는 헌법이 정한 국방의 의무일 뿐 희생이 아니다”라며, “군 가산점 제도는 실질적인 성차별이며 병역을 면제받는 남자도 차별하는 제도”라고 밝혔다. 여군 출신에게 가산점을 준다고 해서 차별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새 제도가 적용되면 현행 7급·9급 공무원 시험에서 채용 인원의 열에 하나꼴로 여성 합격자가 탈락하고 그 자리를 군필자가 차지한다. 군필자 일부는 혜택을 받지만, 억울한 이들이 다시 생겨난다.

병역 의무자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줄이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재원이 필요하다면 재정에서 나와야 한다. 가산점 제도는 여성이나 장애인에게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군필자에게 주는 것으로 얼렁뚱땅 문제를 해결해 보려는 무책임한 시도다. 채용시험은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고르는 과정인데, 직무능력 검증과는 무관한 병역의무 이행에 자격증처럼 가산점을 주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군 가산점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남녀간 이해 대립으로 흘러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군 복무 환경을 개선해 병역을 치르는 이들의 박탈감을 최소화하고, 군필자들에 대한 다른 사회적 보상책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회는 개정안을 성급히 통과시키기보다는 더 진지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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