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5 19:12
수정 : 2008.02.15 19:12
사설
고려대 당국이 문제 학생들에게 내린 출교 처분을 퇴학으로 바꾸기로 했다. 영원히 학적부에서 말소되는 출교와 달리 퇴학은 사정에 따라 복학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 단계 낮은 처분이긴 하다. 그러나 퇴학생의 복학이 순전히 학교 당국의 의지에 달렸다는 점에서 내용상 출교와 큰 차이가 없다. 재판부에 의해 출교의 부당함이 거듭 인정되자 학교 당국이 울며 겨자먹기로 물러선 것이지만, 그 옹색함이 놀랍기만 하다.
지금까지 재판부는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된 판단을 내렸다. 출교조처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징계 수준이 과도했고, 징계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며 출교생의 손을 들어주었다. 학교 쪽이 항소하자 학생들은 일단 학교부터 다닐 수 있게 해달라며 출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용인했다. 특히 학생들이 이미 2년 동안 수업을 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불이익을 받고 있는 만큼 즉각 복학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고려대 당국이 퇴학으로 변경한 것은 이런 판결을 어긴 것은 아니다. 엉성하게나마 지난해 10월부터 재심 절차를 밟았고, 출교가 부당하다고 하니 퇴학으로 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판결 불복 논란을 교묘하게 피하면서도, 학교 밖 추방이라는 학교 당국의 의지와 자존심을 관철하려 한 것이다. 그 재주가 비상하다. 그렇다고 교육기관과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포기한 행태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순 없다. 재판부와 여론의 요청은 법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출교사태는 고대뿐만 아니라 교육계의 수치다. 학교는 학생의 자치활동을 제약하려 했고, 보직교수들은 학생의 항의를 무시했으며, 그런 교수를 학생들은 잡아두었고, 학교는 그런 학생들에게 출교 처분을 내렸다. 법원이 출교의 부당함을 인정하자, 학교는 퇴학으로 처분을 바꾼 게 사태의 전말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교육기관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학생들의 용렬함도 지적받아 마땅하다. 정도의 다툼은 있지만, 교수 억류의 잘못은 재판부나 그들 자신도 인정한다. 학교 공동체에 잘못을 사과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교수와 학생들은 옹졸함과 용렬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수는 스승으로서 아량과 교육적 관점을, 학생들은 겸손과 성찰적 자세를 회복하기 바란다. 지금 이 모습이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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