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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5 19:14 수정 : 2008.02.15 19:14

사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한해 900억달러에 이른다. 수출 1·2위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수출 합계액보다 훨씬 큰 규모다. 수입 에너지의 대부분은 석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차지하지만, 자주개발률(한국 업체의 국외 생산량을 국내 소비량으로 나눈 값)은 4% 남짓이다. 일찍부터 자주개발에 나선 구미 나라들은 두고라도 이웃 일본·중국과 견줘도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수치다.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외교의 한 축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문제는 엄중한 현실이다. 미국이 확실한 석유지배 체제를 구축하고자 이라크를 침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듯이 에너지는 국제정치의 뇌관과 같다. 자칫하면 심각한 외교 문제로 비화하고 충돌로 이어지는 것이 에너지 경쟁의 현실이다. 일관된 전략을 유지하되 치밀하고 균형감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무작정 달려들거나 과시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그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의 니제르 바르자니 총리와 직접 만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바르자니 총리는 한국석유공사 및 국내 5개 건설사 컨소시엄과 유전개발 및 사회기반시설 건설 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위해 방한했다. 하지만 이라크 중앙정부는 자신의 승인 없이 맺어진 지방정부와의 계약은 무효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 에스케이(SK) 에너지에 대해 원유 수출 중단 조처를 취한 바 있다. 에스케이 에너지가 지난해 말 쿠르드 자치정부와 맺은 유전개발 계약 때문이다. 이번 양해각서와 비슷한 성격의 계약이다.

바르자니 총리로서는 한국의 새 정부를 자신의 편에 세움으로써 앞으로 중앙정부와의 석유법 협상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이 당선인이 이를 알면서도 그를 만났다면 이라크 정부와의 마찰 가능성을 도외시하고 섣부르게 실적 내세우기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에스케이 에너지 문제를 푸는 데도 부정적 영향을 주기가 쉽다.

그러잖아도 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관련해 국민의 우려가 적잖은 상황이다. 이 당선인은 실용주의와 한-미 동맹 강화 등 막연한 총론만 내놨을 뿐이다. 이런 때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새 정부 대외정책의 시금석이 된다. 매사에 균형감을 지니고 국민이 믿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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