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7 20:07
수정 : 2008.02.17 20:07
사설
삼성 특별검사팀이 출범한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 검찰과 특검 수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삼성의 경영공백도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를 생각해 적당히 마무리하길 바라는 시각도 있는 듯하다. 삼성도 그런 여론이 확산되길 기다리는지 모른다. 그러나 삼성 핵심층이 경제를 볼모 삼아 넘어가려 한다면 시대착오적인 구태일 뿐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의혹들이 차츰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충 덮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 됐다.
삼성의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압수수색이 잇따라 경영공백이 심화했다면, 그건 삼성이 자초한 결과다.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기본적인 자료제출 요구조차 거부하는 일이 계속되는 한 특검의 더 많은 임원 소환과 압수수색은 불가피하다.
지난주에는 삼성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이 특검에 소환됐다. 이 부회장은 조사를 받은 뒤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 승계, 정·관계 로비를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입을 열면 삼성 의혹의 실타래는 거의 모두 풀릴 테고, 특검이 굳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임원들을 부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진정으로 국민한테 송구스런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마땅히 그리 해야 한다. 그것이 삼성과 국민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수많은 삼성 사람들의 자존심을 그나마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이건희 회장 일가와 그 자신을 보전하기 위해 삼성 전체를 질곡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고백하기가 쉽지 않을 게다. 파장을 예견하기 어렵고, 자신을 던지는 일이어서 쉬울 리 없다. 그렇지만 감추고 버틴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건 삼성의 핵심 인물들도 알 것이다. 더는 삼성을 미로 속에 헤매게 하지 말고 정도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성실히 수사받은 뒤, 잘못을 빌고 수습책을 찾는 게 이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삼성이 거듭나게 하는 길이다.
삼성 사태는 한국 재벌이 환골탈태하는 전기가 되어야 한다. 사실 재벌의 편법 경영권 승계 등 많은 탈법·편법 행태는 삼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재벌의 폐습 고리를 끊어주길 바라는 것 역시 삼성을 향한 시대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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