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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17 20:08 수정 : 2008.02.17 20:08

사설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내 양대 계파 가운데 하나인 ‘평등파’를 중심으로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을 지낸 이들과 지방의원, 지역조직들이 줄지어 당을 떠나고 있다. 어제 심상정 의원은 곧 만들 ‘진보신당 건설을 위한 연대회의’를 임시정당 삼아 총선을 치른 뒤 정식 창당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요 산별노조들이 진보신당 지지 뜻을 밝히는 등 진보성향 사회세력의 분열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볼 때는 이미 지났다. 민노당 분당을 기존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같은 잣대로 볼 일은 더더욱 아니다. 민노당이 이념을 내세운 진보정당인 만큼, 그 갈등과 분열 역시 기득권 따위의 이해관계보다 세계관과 현실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게 옳다. 사실, 지금 거론되는 ‘진보의 위기’도 분열이나 분당 때문만은 아닐 터이다. 그보다는 지난 대선에서 진보세력이 왜 외면받았는지, 국민이 지금 원하는 게 뭔지에 대해 뚜렷한 답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이라고 봐야 한다. 민노당의 갈등 과정에서 일부가 이런 문제의식조차 외면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당과 국민의 거리가 더욱 멀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제 분당이 불가피해졌다면, 이를 낡은 내용과 행태를 바꾸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당장, 시대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했던 ‘자주파(엔엘)와 평등파(피디)’ 사이의 낡은 대립틀부터 벗어던지는 게 우선이다. 지난 100여년 세계사의 경험을 토대로 한 두 사고방식은 우리 공동체의 문제와 그 해결 방향에 대한 나름의 처방일 순 있다. 하지만 그 옳고그름은 제쳐두더라도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 대선에서 민노당이 거둔 3%의 지지가 당의 조직적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이나 전농 등의 조직원 수에도 크게 못미친다는 사실이 이를 웅변한다. 실패 속에서 변화의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 결코 진보일 수 없다.

애초 이들 이념이 구체적인 역사의 현실에서 빚어졌다는 점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 시대의 그런 노력처럼 한국의 진보세력도 지금 국민의 삶 속에서 문제를 끌어내고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자주파든 평등파든 모두 굳어진 화석만 들이대는 게 된다. 당을 달리 할 두 세력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자기혁신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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