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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기로 시작되는 이명박 첫 내각 |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어젯밤 새 정부 첫 내각을 구성할 13명의 장관과 2명의 국무위원 내정자 명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편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애초 구상했던 15명의 국무위원 명단을 내놓지 않고 현행 법을 따르는 형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보기가 흉하다. 특히 국회에서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개편안에 맞춘 조각 명단을 전격적으로 발표한 것은 국회를 무시한 오만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다.
이 당선인은 “더 미룰 경우 엄청난 국정 혼란과 공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전례에 비춰봐도 설득력이 약하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때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김종필 총리 내정자에 대한 인준 동의를 반대하는 바람에 정부 출범 후 무려 열흘 가까이 조각을 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한나라당이 대북송금 특검과 고건 총리 내정자의 인준을 연계하는 바람에 새 정부 출범 이틀 뒤에 내각 구성이 이뤄졌다. 물론 새 대통령 취임에 맞춰 새 내각이 출범하는 것이 백번 낫다. 그러나 새 정부의 정시 출범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새 정부의 깔끔한 출범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이 당선인은 정치력을 발휘해야 했다. 그동안 정부조직 개편 협상이 몇차례 타협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 당선인이 인수위의 개편 원안을 고집하는 바람에 깨졌다. 국정 운영은 효율성 못지 않게 민주적 타협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으로 정국 경색도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원내 제1정당인 민주당은 “청문회의 들러리를 설 수는 없다”며 국무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는 예정대로 진행하되 나머지 국무위원에 대해서는 협조하지 않을 뜻을 내비치고 있다. 민주당도 감정적으로만 대응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양쪽은 진지하게 협의에 나서기 바란다. 100% 옳거나 그른 정부조직 개편 방안은 없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고 급한 부분을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타협점이 없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새 정부 부처를 이끌어 갈 인물의 면면 역시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우선 사회 통합이라는 측면이 엿보이지 않는다. 역대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의 각료 인선에서는 지역 안배가 무너졌다. 15명 가운데 호남 출신은 정운천 농림부 내정자와 앞으로 통일 정책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남주홍 무임소 국무위원 두 명에 불과하다. 과거 노태우 정권(4명), 김영삼 정권(5명)에 비해서도 호남 홀대가 두드러진다. 여성도 2명뿐으로 역대 정부에 비해 적으며, 과학기술계 인사는 곡절 끝에 막판에 한 사람을 배려했다.
청와대 수석에 이어 당선인의 측근들을 대거 내각에 기용한 것도 두드러진다.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과 원세훈 행정자치부 장관, 유인촌 문화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연줄 인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 경제살리기 내각을 내세웠지만, 산업정책을 총괄할 산업자원부 장관에 이윤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내정한 데서 보듯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살리기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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