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9 19:58
수정 : 2008.02.19 19:58
사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다스·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이 당선인을 무혐의 처분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특검은 오는 토요일 활동 만료를 앞두고 그제부터 이런 방향으로 발표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특검 판단의 옳고 그름은 곧 발표될 수사 결과를 놓고 최종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그에 이르는 수사 과정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게 아니라면, 그 결론이 국민의 신뢰를 얻긴 어렵다. 정호영 특검팀의 지금까지 조사는 그런 점에서 매우 부족해 보인다.
특검은 지난 17일 이명박 당선인을 상대로 세 시간 동안 방문조사를 벌였다. 서면조사에 그친 검찰 수사보다는 나은 셈이지만, 복잡하기 짝이 없는 비비케이 주가조작 사건이나 다스·도곡동 땅 등 재산관계를 제대로 추궁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미리 질문 내용까지 전달했다니 맞춰둔 해명만 듣는 데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당선인 쪽은 “조사라고 말하기 어렵다. 서면 답변한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였다”고 말했다. 특검이 당선인 조사를 진실규명 과정이라기보다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한 요식절차로 여긴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다른 조사도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비비케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경준씨와 이 당선인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는데도 두 사람의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않았다. 도곡동 땅 소유관계를 드러낼 방증이었던 하나은행과 포스코 쪽 증인들 조사도 검찰 수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정도의 조사를 통해 나온 특검의 판단은 검찰수사 결과조차 부인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결과 발표 당시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이명박 당선인의 형)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률적으로 확실한 증거만 없을 뿐이라지만, 사실 관련 증언이 없는 게 아니다. 공직자 재산공개 실시 직후인 1993년의 여러 언론 보도와 단행본 등에는 도곡동 땅이 이명박 당시 민자당 의원 것으로 서술돼 있다. 당시 청와대는 민자당 의원들의 재산공개 내역을 검증해 보고서까지 만들었다. 그런데도 특검은 이상은씨 쪽이 뒤늦게 낸 입증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여 이 땅이 이씨 소유가 맞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가다간 특검까지 진실을 외면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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