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19 19:59
수정 : 2008.02.19 19:59
사설
물가 상승세가 심상찮다. 어제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지난달 수입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21.1%나 올랐다. 앞 달에 견줘도 3%가 올랐다. 석유류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값이 계속 오르고 있고, 곡물값 상승세도 무서울 정도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9%나 오른 것도 수입물가 급등 탓이 크다. 국내 기업들이 원자재값 상승으로 생기는 부담을 아직 시장가격에 다 반영하지 않은 터라 물가 상승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파른 물가상승은 서민 살림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실질 소득을 떨어뜨려 소비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경제 주체들 사이에 물가상승 심리가 퍼지면 그때는 수습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길게 내다보고 펴는 경제정책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외국에서 수입해 쓸 수밖에 없는 상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이야 뾰족한 수가 없지만 서민생활에 쓰이는 품목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적극 활용해 국내 가격 상승 요인을 일부라도 흡수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에너지 가격은 쉽게 하락하지 않을 터이므로 에너지 절감을 위한 투자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가파른 물가 상승은 국외 변수 탓만은 아니다. 교육 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지수 가중치 1000 가운데 110을 차지하는 교육 물가는 지난달에 전년 동월 대비 6.3%나 올랐다. 새해 들어 고입·대입 학원비와 미술·보습학원비가 크게 오른 탓이다. 2월에는 대학 등록금도 크게 올랐다. 새 정부의 영어 교육 강화 방침이 발표된 뒤 벌써부터 영어학원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니 이 또한 걱정이다. 새 정부가 크게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이 중요하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분명해지고 우리 경제가 그 영향을 받게 되면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 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물가가 크게 오르는 때에 금리를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실질금리 하락으로 돈이 은행을 빠져나가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는 까닭이다. 가뜩이나 유동성 과잉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터에 자산가격이 다시 급등하면 뒷감당을 하기도 어려워진다. 뒷날 금리 인하가 제 효과를 낳게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금리를 내리는 데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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