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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0 20:03 수정 : 2008.02.20 20:03

사설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끝내 눈물을 흘렸다. 껑충한 키에 해맑은 미소가 돋보였던 단병호 의원은 4년 전에도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두 눈물은 달랐다. 17대 국회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등원하던 날의 눈물이 감격에 겨운 것이었다면, 어제 탈당을 선언하면서 흘린 그것은 주체할 수 없는 회한과 참회의 눈물이다.

기자회견 내내 드러낸 심경 또한 비통함이 주조였다. 평생을 노동운동에 바쳤으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만이 노동자와 진보세력의 희망이라는 생각에 민주노동당 창당에 앞장섰던 그였다. 하지만 그는 어제 새벽 집을 나서면서 현관 앞에 붙여놓은 ‘민주노동당 당원의 집’이란 스티커를 스스로 뗐다. 이 대목을 얘기할 때는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탈당 사유에 대한 변은 또렷했다. “민주노동당이 위기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지 못하고, 따라서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고, “당 위기의 본질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가 그 첫째”라고도 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상징이던 그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 진보정당 운동의 실패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리 됐는지에 대해 그는 “언제부턴가 운동의 건강한 풍토는 사라지고 보수정치판의 잘못된 풍토가 당을 지배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민노당의 위기는 진보에 걸맞은 정당으로서의 기본과 건강성을 잃어 버린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는 진단이다.

그럼에도 그는 탈당이 정치활동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새로운 희망을 찾아나설 뜻을 내비쳤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선 더 열심히 하고 누구와도 만날 것이라고 했다. 탈당계를 정식으로 내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 그의 새로운 선택지가 어딜지, 무엇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단병호의 이런 고민은 탈당 당원들은 물론 진보세력 전체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는 이제 갈 데까지 간 상황이다. 노동운동으로 여섯 차례나 구속되고 민주노총 3·4대 위원장을 지낸 ‘노동운동의 대부’가 탈당과 18대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한 즈음에도 탈당행렬은 줄을 이었다.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운동이 얼마나 유의미한 세력으로 등장할지도 불투명하다. 민노당 사태가 주는 교훈은, 단병호의 말대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없는 진보정당은 없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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