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0 20:04
수정 : 2008.02.20 20:04
사설
정부조직 개편안이 타결됐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어제 6인 협상에서 해양수산부를 폐지하는 대신에 통일부와 여성부를 존치시키고, 특임장관 1명을 두기로 합의했다. 인사청문회 등 필요한 절차를 서두르면 각료 임명도 새 정부 출범 뒤 이른 시일 안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새 장관들이 없는 국정 공백이 최소화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정치적 돌파구를 먼저 연 것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였다. 손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강경하게 존속을 주장해 오던 해양수산부를 양보함으로써 타협의 기반을 제공했다. 나름의 정치적 셈법에 따른 것이겠지만, 상생의 정치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번 사태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력 부족과 정치 경시는 두드러졌다. 양당의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상황에서 조각 명단 발표를 강행함으로써 정국 경색을 자초하는가 하면, 그 후에도 내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른바 ‘통치’라고 일컬어지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역시 ‘정치’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번 기회가 이 당선인에게 상대를 존중하고 정치의 구실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합의된 조직개편 내용에 대해서는 보는 견해에 따라 찬반이 있을 수 있겠다. 작은 정부라는 구상이 흐트러졌다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과학기술부나 해양수산부 등의 통폐합을 아쉬워하는 견해도 있다. 또 졸속적인 개편 추진과 자기 몫 챙기기식의 어정쩡한 타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이라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만큼 이제는 조직 통폐합에 따른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조직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 정권교체 때마다 조직을 이리 바꾸고 저리 떼다 붙이는 일이 반복돼서야 연속적이고 안정적인 업무 추진이 가능하겠는가.
갈 길은 바쁘지만, 그렇다고 새 각료 인사청문회가 졸속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행여 청문회 일정을 단축하거나 얼렁뚱땅 요식 절차로 때우고 넘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서 내정자들의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 투기나 납세, 병역 문제 등 도덕성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래야 공직 기강을 확립할 수 있으며, 새 정부도 힘있게 일을 할 수 있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