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1 20:00
수정 : 2008.02.21 20:00
사설
사상 초유였던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특검 수사가 무혐의 결론을 내고 끝났다. 정호영 특별검사팀은 이명박 당선인에게 걸린 혐의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수사 결과를 어제 발표했다. 애초 해명과 달리 “내가 비비케이를 설립했다”고 스스로 말한 당선인의 광운대 강연 동영상 등 거짓말 의혹을 두고도, “과장”이라는 당선인 쪽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위법 혐의는 물론 도덕성 논란에까지 면죄부를 준 셈이다.
특검의 결론이 엄정한 수사와 증거에 따른 것이라면 더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특검이 그 근거라며 내놓은 사실관계와 그동안의 수사과정을 보면, 제대로 된 법률적 판단이라기엔 크게 부족해 보인다. 예단에 따라 사실을 끼워맞춘 것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도 한둘이 아니니, 특검을 아니함만 못하게 됐다.
비비케이 의혹 결론부터 그러하다. 특검은 당선인이 비비케이 투자금 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을 인정하면서도, 사건에 직접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당선인과 비비케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여러 증거도, 혐의의 직접 증거가 못된다며 제쳐놓았다. 횡령자금 반환이나 하나은행의 출자 과정 등에 당선인의 측근이 관여한 정황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주요 쟁점에선 대부분 당선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이런 결과가 ‘김경준은 사기꾼, 이명박은 피해자’라는 예단 때문이라면, 진실 규명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곡동 땅문제도 마찬가지다. 특검은 도곡동 땅의 이상은씨 지분에 대해, 이씨가 뒤늦게 내놓은 자료와 진술을 주요 근거로 삼아 ‘이씨 소유가 아니라고 볼 이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이 다른 여러 정황을 들어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고 밝혔던 것과 대비된다. 당선인의 차명소유 의혹을 규명하려 하기보다, 이씨 소유로 일단 인정한 위에 다른 증거를 가늠하려 한 탓 아닌지 의심된다.
이번 발표로 의혹이 풀렸다고 보는 이는 그리 없을 게다. 새 정부가 출범하니 일단 덮어두자는 생각을 하는 이는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의심이 다 해소되지 않았으니 언제든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만큼 국가적 부담이 된다. 검찰에 이어 특검까지 ‘살아있는 권력’을 의식해 정치적 판단을 한 것아니냐는 말을 듣게 된 것도 걱정된다. 사법제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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