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1 20:01
수정 : 2008.02.21 20:01
사설
한승수 국무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아들의 병역특례가 논란이 됐다. 방산업체에 근무한 4년6개월 동안 열네 차례 244일 동안 국외여행을 다녔다는 것이다. 희한한 병역특례이긴 하나, 더욱 어처구니없는 건 그의 대답이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 아닌가?”
물론 병무청장의 허가를 받고 국외에 나갔으니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근무한 업체로부터 고위공직자의 아들이 특별한 배려를 받았다 해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순 없다. 그러나 방산업체 근무도 엄연한 병역의무 이행이다. 그런데 일주일에 하루꼴로 외국에 체류했고, 휴가 때는 물론 ‘공무’ 때도 골프채를 갖고 다녔다는데, 불법은 아니라도 누가 이런 행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데 한 내정자의 대답은 더욱 가관이었다. “휴가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든든한 배경과 돈도 많은 아비를 두고 있다면 누구나 이렇게 바깥나라 여행지에서도 골프를 치며 근무할 수 있는 게 병역특례인지는 모르겠다. 설사 그렇다 해도 총리 내정자의 의식이 그래서는 안 된다. ‘만인지상’으로서 그가 갖춰야 할 것은 준법 이전에 도덕성이다. 엊그제도 한 병사의 목숨을 구하러 출동했던 장병 일곱 명이 몰사했다. 이 가운데 세 사람은 징집된 사병이었다. 어떤 젊은이는 목숨을 내놓고 병역의무를 이행하는데, 총리가 자기 아들은 외국여행 하고 돈 벌면서 근무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될까. 가수 싸이는 병역특례 근무가 불성실했다 하여 다시 징집됐다.
게다가 한 내정자는 자기 아들처럼 ‘특별한’ 젊은이들을 위한 병역제도 개선의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과학자로 외국에서 연구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아예 방산업체 근무도 빼주자는 건데, 돈 많고 배경 좋은 아이들에게 이런 복음은 없을 게다. 국내 연구자든, 산업체 일꾼이든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젊은이는 없다. 세상의 모든 아들을 제 아들처럼 소중히 여겨야 할 총리가, 이런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갈지 걱정스럽다.
그에겐 다른 의혹도 많다. 웬 땅이 그리 널려 있는지 부부 이름의 전답·임야가 10필지나 된다. 경력 부풀리기, 편법증여, 세금탈루, 재산 축소신고 등의 의혹도 받는다. 환란 책임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의 천박한 사고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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