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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2 19:29 수정 : 2008.02.22 19:29

사설

조준웅 삼성 특별검사팀이 엊그제 삼성의 태도를 거세게 비판했다. 삼성 쪽이 마치 법질서 바깥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에도 비슷한 비판을 한 적이 있다. 특검팀의 이런 거듭된 비판은 삼성의 수사 방해가 도를 한참 넘은 까닭일 터이다.

수사받는 쪽이 증거자료를 가져다 바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삼성 쪽은 특검수사가 시작되자 조직적으로 자료들을 감추고 없앴다. 참고인을 부르면 이런저런 이유로 불응하기 일쑤였다. 소환 통보를 받은 이들이 한꺼번에 세 명이나 “배탈이 났다”며 소환 연기를 요청한 일도 있다. 특검팀이 삼성 쪽에 경고하고 협조를 요청해도 삼성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은 국가기관을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는 특검팀 관계자의 말은 결코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특검팀의 수사 움직임이 곧바로 삼성에 흘러들어가는 현실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지난 21일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직원들이 새벽녘에 나와 사무실에 있던 자료를 급히 치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특검이 삼성서울병원과 관련해 내사에 들어간 뒤였다. 압수수색이 있을 때마다 삼성은 특검보다 한발 빠른 모습을 보였다. 국가기관 곳곳에 삼성을 위해 일하는 이들이 있지 않고서야 그런 일이 반복될 리가 없다. 금융감독원은 삼성 차명계좌를 마구잡이로 개설해준 우리은행 임직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기도 했다. 삼성이 이런 자신의 힘을 믿고 기존의 태도를 고수하는 한 특검 수사는 앞으로도 험난할 것이다.

누구든 처벌을 피하고 싶을 것이나, 낡고 썩은 껍질 안으로 더욱 깊숙이 숨어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법이다. 삼성과 이건희 회장은 이번 특검 수사를 전근대적인 경영행태와 결별하고 삼성을 진정한 일등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서는 그동안 쌓아온 명성마저 잃게 될 터이니, 안타깝기만 하다.

특검마저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게 되면 나라의 앞날은 암담하다. 국가기관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오만은 더욱 당당한 법질서 무시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수사에 어떤 성역도 두지 않겠다는 특검의 올곧은 자세와 실천만이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특검팀은 삼성 앞에 굴복한 특검, 삼성 앞에 무력했던 특검이란 오명을 역사에 남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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