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5 19:41
수정 : 2008.02.25 19:41
사설
노무현 전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마치고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돌아갔다. 고향에 거처를 정한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5년 전 노 전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군사독재 정권과 양김씨 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됐던 각종 낡은 기득권을 허물고 사회 체제를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게 짜는 것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지역주의 탈피와 권위주의 청산, 경제적으로는 재벌 개혁과 양극화 해소, 사회적으로는 반칙과 특권 폐지 등이었다.
노무현 시대가 이런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정치판에 돈이 난무하는 풍토가 확연하게 줄고 권위주의가 해체됐으며, 정보기관과 검찰 등 사정기관이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았다는 평가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권력 주변 인사들의 추문이 없지는 않았지만, 과거 흔했던 권력형 비리도 크게 줄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라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남북관계의 발전 방향을 유지하면서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이나 보수진영의 반발 속에서도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미국과 합의함으로써 좀더 대등한 한-미 관계를 추구한 점 역시 평가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정치 영역에선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가 새 정치를 기치로 내걸어 만든 정당은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문을 내렸으며, 대연정 제의 등으로 민주주의의 기반인 정당정치는 후퇴를 거듭했다. 또 지난 5년 동안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은 더 커졌고, 소득 불균형 등 사회적 양극화도 심화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늘어났다. 노 전 대통령이 앞장 서 밀어붙인 한-미 무역자유협정이 국회에서 비준될 경우 이런 추세는 훨씬 가속화할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지만 그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아직 차갑다. 기득권층과 보수언론의 계속된 헐뜯기, 신자유주의 행보에 실망한 지지층의 이반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국민과 소통하는 데 실패한 탓이 크다. 대통령직의 권위를 가볍게 여긴 그의 처신과 타협보다는 대결을 택했던 그의 정치 스타일은 국민을 지치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제 한 시민으로 돌아왔다. 굴곡진 5년을 뒤로 하고 전직 대통령의 위치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는 새로운 수범을 창조하길 바란다. 그러면 머지않아 국민 두루 봉하마을 주민들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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