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5 19:42
수정 : 2008.02.25 19:42
사설
이명박 새 대통령은 어제 취임사에서 선진화를 이루자며 ‘실용’과 ‘변화’를 강조했다. 이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더 적극적으로 변화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하나하나가 새 대통령의 포부와 비전인 만큼,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게 옳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실용’을 내세우면서 “경제 살리기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일 잘하는 정부가 돕는 가운데,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기업이 존경 속에서 제 몫을 다하고, 노동자도 불법투쟁 대신 “더 열심히 일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무엇보다 각자 ‘본분’을 다하면 된다는 얘기다. 시민사회를 두고 “권리 주장이 책임의식을 앞지르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인식의 반영일 게다. 노인·장애인·청년·여성 문제의 대책으로 하나같이 ‘일자리’를 내세운 것도, ‘이명박식 실용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용’이 그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예컨대 일자리를 늘리는 게 급한 일이어도 비정규직 확대에 그칠 뿐이라면 양극화의 현실을 벗어나긴 어렵다. 새 정부가 기업은 북돋우고 노동자에겐 희생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쳐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리 없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시장경쟁 논리를 들이대는 것부터 폭력일 수 있다. 그런데도 실용을 앞세워 무한경쟁과 법질서 강화를 밀어붙인다면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사회적 합의 정신이나 공직의 도덕성 등 그동안 우리 사회가 쌓아 온 원칙들을 깨뜨리는 것이어선 더더욱 안 된다.
새 대통령은 교육과 대외정책, 정치개혁 등 많은 면에서 변화를 예고했다. 그 필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겠지만, 걱정하는 이들도 또한 많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되레 교육 양극화와 계층 고착을 부를 것이라거나, 대외정책의 변화가 자칫 북핵 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상황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그리고 효율성을 앞세우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변화 강박증에 사로잡힌다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다 함께 가는 선진화’를 다짐했다. 그렇다면 지지뿐 아니라 걱정에도 귀를 기울여 다수의 공감을 얻는 개혁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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