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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6 19:51 수정 : 2008.02.26 19:51

사설

‘사람을 통합시키는 음악의 힘을 선언한 것!’

‘문화적인 지구 온난화!’

‘은둔의 왕국에 대한 미국 음악의 침공!’

어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있었던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두고 나온 말들이다. 실제 이번 공연은 북-미 관계에서 한 분수령을 이룬다. 미국 관현악단이 평양에서 미국 국가를 연주한 것은 사상 처음이거니와 북한이 이를 전국에 생중계한 것도 유례없는 일이다. 1970년대 초반 미-중 관계를 화해 분위기로 바꾸는 데 기여한 미국 탁구선수들의 중국 방문(핑퐁 외교)에 빗대 이번 공연을 ‘싱-송 외교’라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1973년 중국 공연은 미-중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었고, 보스턴 교향악단과 뉴욕 필의 1950년대 소련 공연은 미-소 관계에서 그런 구실을 했다. 이번 공연도 북-미 관계 진전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번 공연을 처음 제안하고 적극 뒷받침한 사람이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최근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뉴욕 필의 공연은 그 주장이 잘못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북 화해를 바라고 있으며, 이런 뜻을 북한에 분명하게 알리고 핵 폐기를 촉구하기 위해 공연을 추진했음을 밝힌 것이다. 이번 공연에 대한 북한의 적극적 호응은 북한 역시 대미 화해를 염원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6자 회담은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단계에서 막혀 있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플루토늄 보유량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계획과 대외 핵 협력 실태까지 완전하게 신고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북한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문제 등에서 상응 조처를 하는 데 맞춰 움직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이제 이런 불신의 벽을 넘어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가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에 기초한 북한과 미국의 동시 행동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주도적 구실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송석환 북한 문화성 부상은 이번 공연이 “겨울이 끝나고 봄을 앞둔 시기에”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정말 이번 공연이 북-미 관계의 봄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지는 이제부터의 노력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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