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7 19:52
수정 : 2008.02.27 20:13
사설
오랜 논란을 빚어온 방송통신위원회법이 그제 국회를 통과해 방통위원회가 곧 출범한다. 방송·통신 융합이 빠르게 이뤄지는 시대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구가 이제야 만들어지는 것은 늦은 감마저 있다. 그러나 방통위가 공정성이 생명인 방송을 다룬다는 점에서 보면, 걱정스런 대목도 적지 않다. 방통위의 조직 위상과 위원 구성 방식이 방송의 공정성을 해칠 위험 요소를 적잖이 안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가운데 새 정부가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방송 장악 의도를 담은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방통위는 한국방송공사 이사를 선임하고,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임원 임명권을 갖는다. 정책과 규제를 통해서도 방송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다. 그런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기구가 됐고, 위원장 한 명과 위원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됐다. 여당이 추천하는 한 명을 합치면 다섯 명의 위원 가운데 세 명을 정부·여당이 선임한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방통위를 이용해 방송을 움직일 수 있는 구조다. 그런 까닭에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기” 위해 방통위를 설치하는 것이라면, 임명·추천권이 누구에게 있든 위원회는 정파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인물로 짜는 게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최 내정자가 과연 위원장에 적임인지 의문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동향 선배로 이른바 ‘6인회’ 구성원이었다. ‘이명박의 멘토’라고 불릴 정도의 측근 중의 측근이다. 새 정부의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대통령의 뜻을 읽고 이를 관철시키는 데는 적임자일지 모르나,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역대 정부도 겉으로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외치며 뒤에서는 개입하려고 애써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렇게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민영화 협박’으로 문화방송에 압력을 넣고, 선거가 끝나자 임기가 많이 남아있는 한국방송 사장에게 퇴진 압박을 가했다. 권력이 방송을 장악하고 방송이 권력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면, 사회의 공기여야 할 방송은 흉기가 돼 버린다. 최 내정자가 방통위원장에 적합한지 국회는 인사청문에서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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