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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2.27 19:52 수정 : 2008.02.27 19:52

사설

이명박 대통령 쪽이 국민일보 경영진에게 압력을 넣어 새 정부에 불리한 기사를 지면에 싣지 못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민일보 노동조합이 공개한 내용을 보면, 의혹의 개연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이라면 구시대적 언론통제의 망령을 떠올리게 하는 중대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일보는 지난 21일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의 논문표절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뭇 언론이 인용했으며 이 신문은 후속 보도도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다음날 후속 보도는 없었다. 대신 이 신문사의 사내 통신망엔 “후속 기사가 조민제 사장의 지시로 끝내 나가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노조의 폭로성 글이 실렸다. 노조는 더욱이 이 글에서 “이 대통령 쪽에서 조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후속 기사를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며, “순복음교회 쪽에서도 압력이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커지자 조 사장은 사내 통신망을 통해 “해당 기사의 보류는 전적으로 개인의 양심과 판단에 따라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명이나, 자신의 지시로 기사가 빠진 것까진 인정한 셈이다. 그것만 해도 언론사 사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행위다. 편집권 침해를 앞장서 막아야 할 이가 편집권을 침해한 꼴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이 대통령 쪽의 외압 의혹이다. 노조 쪽 말로는, 지난 18일 노조와의 만남에서 조 사장이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 ‘국민일보가 우리랑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 같지 않다’며 항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언론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는 권력의 천박한 언론관이 묻어 있는 발언이다.

이는 이 대통령의 그간 발언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언론정책은 언론의 자유보장이라는 대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신념”이라고 지난해 한 언론과 벌인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대통령의 말이 허언이 아니고 그런 신념이 분명하다면 언론통제 의혹을 씻기 위해서라도 당장 외압 행사 여부부터 명백히 밝혀야 한다.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언론사 간부 성향조사 뒤로, 가뜩이나 이 대통령 쪽의 언론통제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적잖은 상황이 아닌가. 조 사장도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언론사 사장으로서 품격을 보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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