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7 19:53
수정 : 2008.02.27 19:53
사설
다음달 2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2010 남아공 월드컵축구’ 아시아 3차예선 남북 경기와 관련해 북쪽이 비합리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그제 개성에서 열린 남북 2차 실무협의가 결렬됨에 따라 대한축구협회는 곧 국제축구협회(피파)에 중재를 요청할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3국에서 경기를 하거나 북쪽의 몰수패가 선언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북쪽은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를 거부하고 대신 한반도기와 아리랑을 고집하고 있으나, 이는 우선 피파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피파의 월드컵 예선 규정은 ‘참가국 국기를 경기장에 게양하고 선수들이 입장한 뒤 국가를 연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쪽은 자국 경기장에 태극기를 달고 애국가를 연주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며 6·15 공동선언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친선경기가 아니라 국가 대표팀 사이의 공식경기(A매치)인 이번 시합에 그릇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식의 태도다.
북쪽이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 등 정치적 이유로 태극기와 애국가를 거부한다면 더 큰 문제다. 지금 남북관계는 매일 남쪽 주민 수천명이 북쪽에 머물고 남쪽 대통령이 승용차로 평양을 오갈 정도로 진전돼 있다.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가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2005년 8월 전주에서 동아시아대회 2차전 남북 경기가 벌어졌을 때 북쪽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연주한 전례도 있다. 최근 몇 해 사이 남쪽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와 유니버시아드, 아시아 육상선수권대회 등에서도 북쪽 국기와 국가가 등장했다. 남북 관계는 심리적 장벽을 하나둘 제거해 나감으로써 더 성숙해지는 법이다.
남북이 축구경기 절차에도 합의하지 못해 피파가 결정하게 넘기는 것은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 원만한 해결책은 지금이라도 북쪽이 피파 규정에 맞게 경기를 열겠다고 밝히는 것이다. 이런 전제 아래 남북 응원단이 함께 한반도기를 흔들고 아리랑을 부르며 응원을 펼친다면 한층 보기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그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미국 국가를 연주하고 북한 텔레비전은 이를 생중계했다. 북한 주민이 미국 국가는 들어도 되지만 남쪽 애국가는 안 된다고 하는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북쪽은 좀더 넓은 시야를 갖고 유연한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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