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2.28 21:03
수정 : 2008.02.28 21:03
사설
이번주 초 출범한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공천 심사기준조차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비리 전력자 배제기준을 놓고 위원들의 의견이 팽팽히 갈려 있다고 한다. 원칙론과 정치 현실론이 맞선 형국이지만, 실제로는 박지원·김홍업·정대철·신계륜·안희정씨 등 비리 전력자들의 사정을 어디까지 봐줄지를 다툰다고 봐야 한다. 당내 실력자들까지 이런 논란에 끼었다고 한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답답하고 한심하다. 무엇보다 스스로 다짐했던 쇄신 약속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공천 심사에 관한 당규에 “비리 및 부정 등 구시대적인 정치행태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사 제외” 등 ‘인적쇄신 방안’ 6개항을 규정해두고 있다. 지난달 발표하고, 당 기구에서 의결한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사실상 공천의 전권을 외부인사들이 포함된 공천심사위원회에 줬다. 정치적 고려보다는 철저한 쇄신이 더 절실했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도 당내에서 ‘개인비리와 당을 위한 정치자금 수수는 구별되어야 한다’ 따위의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자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일부의 주장대로 설령 당을 위해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해도, 그 역시 ‘검은돈’이다. 지난 십수년 우리 사회의 과제였던 정치개혁은 음성적 정치자금 수수부터 없애자는 것이었다. 그런 돈을 받은 정치인들이 바로 ‘구시대적 정치행태’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사람들이다. 예외를 주장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잖아도 한나라당은 금고형 이상의 비리 전력자는 아예 공천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민주당이 섣부른 현실론을 내세워 이보다 못한 기준을 들이댄다면 대선 때보다 더한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희망대로 총선에서 의미있는 견제세력이 되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쇄신 의지를 보여야 한다.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호남지역이나 비례대표 공천에 연연한다면, 소수 지역당의 한계를 벗기 어려울 게다. 계파 이익이나 지분을 챙겨 정치적 역량이 떨어지는 인사를 공천하려 했다간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당장 지도부부터 수도권 출마 등 솔선하는 자세를 보일 일이다. 또, 당규에서 다짐한 대로 “현역 국회의원의 기득권 및 계파의 이해관계 배제”를 공천 심사단계에서 실천해야 한다. 지금은 적당한 분칠이 통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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