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2 21:08
수정 : 2008.03.02 21:08
사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인 ‘한승수 호’가 우여곡절 끝에 닻을 올렸다. 네 부처 장관이 빈 기형적 출범이나 일단 내각의 큰틀은 갖췄다. 한승수 총리는 어제 서울 양천구의 한 재래시장을 방문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이 한 유엔기후변화협약 특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뒤, 한 달 하고도 하룻만의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내각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다. 이 대통령이 어제 서둘러 통일·환경 장관을 다시 지명했지만 한동안은 이른바 ‘노명박 국무회의’로 갈 수밖에 없는 등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법적 성원을 맞추려면 노무현 정부의 장관들을 써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인사청문 요청서 채택마저 거부된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임명을 이 대통령이 강행하더라도 온전한 모양새는 적어도 이 달 중순께야 가능한 상황이다.
한승수 내각의 불안하고도 일그러진 출발은 안타깝고도 걱정스럽다. 우선, 지명에서 인준에 이르기까지 선장과 항해사들이 거의 대부분 부적격 등 도덕적 논란에 휩싸인 탓에 국정 장악력이 떨어져 초기부터 ‘배가 산으로 가게 되는’ 난맥상에 사로잡히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적잖다. 한 총리 스스로 재산신고 누락 등으로 흠결을 보였고, 많은 장관이 부동산 투기 등 여러 의혹을 받았다. 일부는 부도덕한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승수 호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커녕 공직사회조차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을지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성장우선주의자’라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국회청문 과정에서 “고용문제는 잘 모른다”고 답한 이영희 노동부 장관 등 내각 구성원들의 면면도 문제다. 국정이 비정규직 등 서민의 삶의 질은 뒷전인 채 경제성장의 목표에만 집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만약 한승수 호가 국정난맥에 빠진다면, 그건 이명박 정부의 불행만이 아니다. 그 피해는 역대 정부의 사례에서 보듯 국민의 불행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게 뻔하다. 따라서 한승수 내각은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내각 구성원들이 도덕적 논란이 된 문제들을 되도록 깨끗이 털어내는 한편, 인사파행 등으로 말미암아 뒷전으로 밀린 국정과제를 새롭게 점검해 정책성과가 사회적 약자 등 서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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