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2 21:19
수정 : 2008.03.02 21:19
사설
어떻게 이런 인사가 있을까 싶다. 청와대가 어제 초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표한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 얘기다. 며칠 전 최씨의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전해진 이후 언론계 안팎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대 움직임이 거세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최씨 지명을 강행했다. 방송·통신을 장악할 수 있다면 어떤 여론에도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잘 알려진 대로, 최씨는 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 고문 중 고문’이다. 이 대통령과 같은 경북 포항 출신에다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 왔으며,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대학 동기생이다. 대통령 선거 때는 이 후보의 전략을 사실상 기획하고 집행한 ‘6인회’의 좌장 격이었다. 곧 최씨는 이 대통령의 후견인(멘토)이자 복심이고 분신이다. 최씨 스스로도 “물이 넘치면 (이 대통령의) 제방이 되고, 바람이 불면 병풍이 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런 사람이 방통위원장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전 방송위는 무소속 독립기구로 위원들이 위원장을 호선했으나, 지금의 방통위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아울러 대통령이 위원 5명 가운데 위원장 등 2명을 지명할 수 있어 정부·여당 몫이 안정적으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방통위의 권한인 한국방송공사 이사 선임권과 방송문화진흥회(문화방송 대주주) 임원 임명권 등을 활용해 대통령과 정부가 입맛대로 방송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다. 새 정부가 한국방송을 장악해 재편하고 문화방송을 민영화하려고 최씨 임명을 강행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국민 모두의 자산인 방송과 통신은 권력이나 사익이 아니라 공공성·공익성의 원리에 맞게 운용돼야 한다. 방통위법 역시 제1조에서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했다. 방통위의 독립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정반대 길을 가고 있다.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인 터라 권력과 업계 이익으로부터 먼 사람들로 초대 위원회를 짜도 의심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최측근을 위원장으로 앉히려 하니 무슨 말을 더 할 필요가 있으랴.
이 대통령은 최씨 지명을 즉각 거둬들이기 바란다. 최씨 인사청문을 벌일 국회 책임 또한 크다. 최씨의 임명이 강행된다면 언론계는 물론이고 국민의 폭넓은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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