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3 21:49
수정 : 2008.03.03 21:49
사설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서민 생활안정 대책을 내놨다. 공공요금 동결과 함께 유류세와 출퇴근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국민주택기금 주택 담보대출 금리 동결, 주유소 판매가격 실시간 공개, 학원 수강료 표시제 점검, 소액 서민대출 은행 설립 등이 주요 내용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을 억제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물가가 잡힐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공공요금 인상 억제와 유류세 및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가 고작이다. 주유소 판매가격 실시간 공개는 인터넷에 비슷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며, 학원 수강료와 행정 수수료 등은 1~2월에 이미 많이 올라버린 상황이다.
겉만 그럴듯할 뿐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물가 상승은 과잉 유동성 때문에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데다가 국제 원자재와 곡물값이 급등하면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요금 몇 가지 손대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물가 안정을 위해 거시경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경제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정책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연평균 7% 성장과 대운하 건설을 밀어붙이면서 경기부양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6% 성장이라도 하려면 감세와 규제 개혁만으로는 안 된다. 경기부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뜻까지 내비친 적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접어야 한다.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값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도 잡고 성장도 이루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시장에 혼란을 주는 일이 없도록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더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3.6% 올랐다. 피부에 와닿는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4.6%나 올랐다. 아파트 관리비, 학원비, 교통비, 행정수수료 등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진짜 물가를 잡으려면 과잉 유동성 축소와 원유 소비 절감 대책 등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근본 원인에 대한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 공공요금이나 세금 몇 푼 깎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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