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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3 21:52 수정 : 2008.03.03 21:52

사설

낙동강 주변 지역에 다시 페놀 공포가 엄습했다. 엊그제 경북 구미 광역취수장 상류에서 페놀이 검출돼, 구미와 칠곡 일부 지역에 수돗물 공급이 한동안 중단된 것이다. 대구 등 중·하류 지역 주민들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사고는 김천의 코오롱유화 공장에서 난 불을 끄던 중 페놀이 소방용수에 섞인 채 흘러나가 발생했다. 불을 끄는 동안 조금만 대비를 했으면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상수원 지역에서 생긴 이런 사소한 사고와 부주의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부르는지는 이미 17년 전 경험했다. 경북 구미시 두산전자에서 발생한 페놀 유출 사고가 그것이다. 누출된 페놀은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갔고, 페놀이 섞인 물을 정수해 마신 대구 주민들은 구토·복통 등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부산까지 취수가 중단되는 등 낙동권 중·하류 지역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이후 정부는 30조여원을 들여 상수원 보호를 위한 각종 대책을 마련했고, 4대강 특별법도 제정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화재 사고 한번에 바로 구멍이 뚫렸다.

이 사고의 의미는 다시 한번 상수원 주변에서 오염물질 관리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경고다. 운하가 뚫리면, 떠 있는 것만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화물선이 수없이 수돗물 원수 위를 오간다. 너른 바다에서도 기름유출 사고가 하루에 1건씩 발생한다. 좁은 운하에서 그런 사고 위험성은 더 크다. 만약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유출한 기름의 0.1%만 유출한다고 해도, 그건 대재앙이다. 게다가 운하의 물은 갑문으로 가둬지기에 재앙은 장기화·광역화된다. 구미에서 오염 사고가 나면 부산까지 취수를 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이명박 정부도 수질 논란에선 슬그머니 발을 뺐다. 이들은 한때 배 운항이 수질을 더 좋게 한다는 해괴한 말을 하곤 했다. 대신 취수 문제를 해결할 요량으로 별도의 상수원댐 건설이나, 강변 여과수 등 간접취수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타당성 조사를 한 서울시는, 취수량이 적어 활용가치도 경제성도 없다고 똑 부러지게 결론을 냈다.

운하에 고인 물은 썩어 가고 강변에선 극소량만 취수할 수 있다면, 국민은 어디에서 물을 구할 것인가. 물은 생명이다. 국민 생명을 판돈 삼아 결과가 뻔한 도박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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