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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4 19:59 수정 : 2008.03.04 19:59

사설

정부가 재벌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상반기에 폐지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이미 제시했던 사안이라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출총제는 재벌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자 도입된 것이다. 폐지를 거론하기에 앞서 그런 준비가 갖춰졌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출총제가 몇몇 재벌기업들에만 적용되는 차별적인 규제라는 점에서 일부 개선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재벌기업들이 얽히고 설킨 계열사 출자를 통해 총수 개인의 기업 지배권을 강화하고 무리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것을 막는 장치는 필요하다. 삼성 특검에서 보듯이 아직 많은 재벌기업들이 과거의 낡고 불투명한 경영 행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출총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지는 의문이다. 현재 재벌기업들의 관심은 신규 투자가 아니라 은행 관리 아래 있는 옛 현대나 대우 계열사들의 인수에 있다. 출총제를 졸업한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하고 다시 대한통운을 인수한 게 좋은 사례다.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여유 자본이 인수합병(M&A)에 몰려 신규 투자가 줄어드는 결과를 빚게 된다.

굳이 출총제를 폐지하고자 한다면 계열사간 순환출자 금지를 먼저 제도화해야 한다. 불과 2~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총수들이 회사 지배력을 강화하고 회사 몸집을 불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자본금 1천억원의 세 계열사가 있다고 하자. ‘가’ 계열사가 ‘나’ 계열사에 1천억원을 출자하고, ‘나’는 ‘다’에, ‘다’는 다시 ‘가’에 출자한다. 돈은 빙 돌아 윈래 기업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세 회사의 자본금은 각각 1천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늘어난다. 가공자본을 만들어 몸집을 불리는 비정상적인 수단이다. 현행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상호출자의 변형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정말 시장을 중시한다면 공정한 경쟁을 막는 재벌기업의 순환출자부터 수술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과거의 낡은 경영 행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출총제 폐지를 말하기에 앞서 무엇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인지 고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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