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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4 20:00 수정 : 2008.03.04 20:00

사설

참여정부 출범 초기인 5년 전 이맘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론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언론특보였던 서동구씨를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임명했다. 한나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공영방송을 어용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폭거”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대통령의 언론관은 물론 공영방송의 공정성마저 의심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임명 열흘 만에 서씨의 사표를 수리했다. 서씨 인사 파동은 노 전 대통령의 잘못된 인사 사례로, 두고 두고 입방아에 올랐다.

정권이 바뀐 지금 훨씬 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이자 핵심 측근인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을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한 것이다. 방통위원장은 한국방송 사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자리다. 한국방송뿐 아니라 문화방송의 이사를 사실상 임명하고, 방송 정책을 결정하고 인허가권까지 가진 기구의 수장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자리에, 대통령이 측근 인사인 최씨를 유력한 후보로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부터 잘못된 인사라는 비판이 무성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최씨 임명을 밀어붙였다.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돌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더욱 문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최씨 교체 요구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왜곡된 방송·통신 정책들을 정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씨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하는 것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임을 노골적으로 내비친 꼴이다.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해 스스로도 공 들여 세운 인사 원칙을 집권당이 됐다고 깨뜨려 버리는 한나라당이 과연 책임 정치를 구현할 공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새 정부의 장관 후보 가운데 벌써 셋이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로 낙마한 것은 사전 검증이 소홀했던 탓만은 아니었다. 인사에 대한 새 정부의 인식이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탓이 컸다. 어느 자리든, 그 자리를 맡기에 꼭 필요한 최소요건은 갖춘 사람을 앉혀야 한다. 대통령 측근을 방통위원장에 앉히는 것은 권력이 방송을 좌우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5년 전 논평을 빌리면 ‘폭거’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몇 명 물러났으면 된 것 아니냐”는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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