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5 19:49
수정 : 2008.03.05 19:49
사설
각종 비리와 부정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공천심사에서 아예 배제하기로 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결정을 두고 민주당이 시끄럽다. 이 기준에 걸려 공천 탈락이 예상되는 당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당 지도부 안에서도 ‘정치 현실을 모르는 박재승 쿠데타’ 운운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최대 논리는 ‘억울한’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비리가 아니라 공적인 일, 곧 당을 위해 일하다가 저지른 불법행위는 구제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치인의 한쪽 눈으로 본 짧은 소견이다.
개인 비리와 공적인 불법행위는 구별되어야 한다느니 어쩌니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치자금의 대리 수수 등 이른바 공적인 불법행위는 ‘잘못된 과거’가 아니라는 말인가. 어떤 면에서는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 등이 개인 비리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투명한 정치, 깨끗한 정치를 막는 구조적인 정치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마땅히 결별해야 하는 낡은 관행들이다. 당사자도 억울하다고 항변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을 생각하고 진정으로 자신이 속한 당을 아끼는 정치인이라면 정치 발전을 위해 스스로 용퇴하는 결단을 내리는 게 맞다. 나라에 봉사하는 길은 국회의원 말고도 많이 있다. 자기 희생을 받아들이는 큰 정치인의 길을 갈 때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호남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고려해서 특정인을 배려해야 한다느니, 또 지역 기반이 강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큰 인사에게도 공천을 줘야 한다는 주장 역시 한심하다. 언제까지 ‘디제이’의 우산에 매달리고, 불리하면 당을 뛰쳐나가는 낡은 행태에 굴복할 건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1 야당인 민주당의 구실과 위치 정립이 중요하다. 다수당으로서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면 먼저 스스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심위의 이번 결정은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고 정치를 쇄신하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민주당이 취해야 할 첫걸음이다. 외부인이 다수가 되도록 공심위를 꾸려서 그들에게 전권을 줬던 초심으로 돌아가기 바란다. 만일 알량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얄팍한 동료의식에 사로잡혀 공천개혁을 외면한다면 민주당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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