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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6 19:55 수정 : 2008.03.06 19:55

사설

노태우 전 대통령 때 권력 실세로 군림했던 박철언씨가 100억원대의 차명재산을 횡령당했다며 한 대학 여교수를 고소한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사건 말고도 박씨가 고교 동창인 은행 지점장에게 거액을 맡겼다가 횡령당했다며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그가 80년대 말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해 왔다는 전직 보좌관의 증언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그저 흥미로 지켜볼 개인간 다툼이 아니라, ‘검은돈’이 의심되는 의혹 사건이다.

박씨는 문제의 돈이 유산과 친·인척 자금을 모은 돈, 협찬자들의 기부금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는 별로 없을 게다. 그의 말대로 문제 없이 깨끗한 돈이라면 떳떳이 실명을 내놓지 못할 이유가 없다. 드러나지 않은 친지 이름으로 그런 거액을 숨겼다는 게 곧 떳떳하지 않은 돈이라는 방증일 수 있다. 실제 그런 증언이 잇따라 보도됐다. 박씨가 과거 대기업들로부터 수십억원씩 비자금을 받았으며, 측근이 그의 지시에 따라 ‘돈세탁’을 했고, 비자금 관리인이 고소를 당한 이들을 포함해 10여명에 이른다는 등 증언 내용도 구체적이다.

하지만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 해도 지금으로선 박씨를 처벌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 등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다는 것이다. 또 법률적으로는 박씨가 재판을 통해 문제의 돈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애초의 범죄 혐의를 처벌하지 못한다면 그리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인 박씨도 이런 사정을 따지고 잰 뒤 고소를 했을 게다. 그렇게 된다면 이를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국민 가운데는 장물이라면 도둑이 버젓이 차지하도록 둘 수 없다고 생각할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일이 박씨 혼자만의 사정일까도 묻게 된다. 박씨가 차명으로 재산을 관리했다면 다른 공직자들도 그렇게 했을 개연성이 있다. 소문으로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재산을 숨겼다가 꼼짝없이 재산을 뺏겼다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교묘하게 ‘검은돈’을 숨기는 데 성공한 이도 있을 것이고, 지금 그런 궁리를 하는 이도 없진 않을 것이다.

법적으로 어쩔 수 없다며 이를 방치하는 게 정의일 순 없다. 방법을 찾자면 없는 것도 아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도 참고할 만한 보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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