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6 19:57
수정 : 2008.03.07 10:29
사설
교수 사회에 칼바람이 분다. 지난해 카이스트가 정년보장 신청자를 대거 탈락시킨 것을 계기로 불기 시작한 이 바람은 이제 연세대, 서울대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진원지였던 카이스트는 최근 교수 재임용 심사에서 신청자 25명 가운데 6명을 탈락시켰고, 연세대 역시 20명 가운데 5명을 퇴출시켰다. 서울대 등은 심사기준 강화 등 제도 개선에 나섰고, 동국대는 학생의 교수평가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일단 교수들의 연구 활동을 진작시키고,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금까지 교수는 일단 정교수만 되면 정년까지 보장받는 철밥통으로 여겨졌고, 대학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한 요인으로 지목받았다. 여론이 찬양 일색으로 흐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부에선 이참에 교수 퇴출을 방해하는 주범으로 몰아, 총장 선출제까지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그러나 재임용 혹은 정년보장 심사는 양날의 칼이다. 공정하게 운영된다면 교수들의 연구 활동을 진작하겠지만, 부당하게 운영될 경우 밉보인 교수를 제거하는 흉기가 된다. 6여년 만에 복직한 서울대 김민수 교수 사건이나, 석궁 테러로까지 발전한 성균관대 김명호 교수 사건, 그리고 감리교신학대 강남순 교수 문제 등은 그 좋은 사례다. 학교 당국은 연구 실적이 기준 미달이라거나, 자질이 없다거나, 남편이 같은 학교 교수라는 따위의 허무맹랑한 이유로 이들을 탈락시켰다.
엊그제 탈락한 이화여대 이성형 교수의 사례는 불길한 징조다. 대학 쪽은 이 교수가 최근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실은 실적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국내 학술지에 1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해 왔다. 강의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독보적인 중남미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학생들은 철회 서명운동에 나섰고, 동료 교수들도 별도의 행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보았듯이, 연구 활동은 뒷전에 둔 채 정치권 주변이나 기웃거리는 정치교수들이 수천 명이나 된다. 정년보장 혹은 재임용 심사는 이런 교수들을 솎아내는 데 이용돼야 한다. 재단에 밉보였거나, 정치적 혹은 이념적인 문제로 교수를 퇴출하는 데 이용돼선 안 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절차가 투명하고, 기준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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