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7 21:11
수정 : 2008.03.07 21:11
사설
한국의 정권교체 이후 정책 변화를 주시해 온 북한이 그제 처음으로 남쪽 ‘보수 집권세력’을 지칭해 목소리를 높였다. 며칠 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남쪽 대표가 예년보다 다소 강하게 북쪽 인권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한 단발성 반발이지만, 앞으로 남북 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북쪽은 어제 끝난 한-미 합동 ‘키 리졸브’ 군사연습을 두고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인권 문제에 대한 북쪽 태도는 여전히 지구촌 다수 나라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 북쪽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그제 대변인 담화는 ‘인권 문제는 미국과 추종세력이 날조한 모략의 산물’이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북쪽이 이런 자세를 바꾸지 않는 한 국제사회와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북쪽 주장처럼 체제 변화의 한 수단으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세력도 있지만, 그렇다고 인권 문제 자체를 부인해서는 해법을 찾을 수가 없다. 지금 지구촌에는 북쪽 주민의 실질적 인권 향상을 꾀하려는 나라가 늘고 있다. 북쪽으로선 이들 나라와 협력해 단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남쪽은 북쪽이 인권 문제 제기를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데 주도적 구실을 해야 한다. 한편으론 선의를 갖고 북쪽과 대화할 수 있는 국제적 인권 협의 틀을 발전시키고, 다른 한편으론 북쪽이 현실적 판단을 하도록 진지하게 설득해 나가야 한다. 단기 성과에 급급하는 건 금물이다. 보편적 기준에 맞춰 일관된 태도를 취하되,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접근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시급한 일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핵과 인권 등 북쪽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서 남쪽의 위상은 남북 관계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만을 염두에 두고 남북 관계를 소홀히하는 건 한반도 관련 사안에서 스스로 손발을 묶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미 관계 강화가 남북 관계 진전을 대신할 수는 없다.
지금 남북 관계는 과도적 상태다. 남쪽 정권교체가 최대 변수인 만큼 앞으로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우리 정부의 태도에 달렸다. 말할 것도 없이, 전향적 대북정책의 첫걸음은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이행 의지를 분명히하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의 발언권이 커지고 북한 인권 문제도 풀기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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