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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3.09 22:04 수정 : 2008.03.09 22:04

사설

대기업 눈치를 보던 중소 주물업체들이 반기를 들었다. 주물공업협동조합 500여 회원사 중 절반이 지난주에 납품 단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시한부 납품 중단에 나섰다. 기업이 납품을 않겠다니, 이례적이고 명운을 건 도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물 원료인 선철이나 고철 값은 급등했지만 대기업 납품 단가는 제자리니 견딜 수 없어서다. 한 업체를 예로 들면, 2006년 말 ㎏당 270원이던 고철 값이 520원으로 올랐지만 납품 단가는 ㎏당 1000원 그대로란다. 요즘 일만도 아니다. 주물조합 말로는, 1999년부터 올해까지 고철 값이 231.2%, 선철은 121% 올랐지만 주물제품 값은 20∼30% 인상에 그쳤다고 한다. 마른 수건 짜듯 하며 견뎌 왔는데 이제 한계에 이른 것이다. 이래 망하나 저래 망하나 마찬가지라는 심경으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란 게 쉬 짐작된다. 대기업들은 생산 차질이 우려되자 이제야 단가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상생협력은 말로만 있을 뿐,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 구조의 현주소다.

주물업계만의 일일까. 대기업이 납품업체에 원가 부담을 떠넘기고 납품가를 후려치는 따위의 불공정 거래 구조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산업 전반에 걸쳐 있는 고질병의 하나다. 그 영향은 대-중소기업의 수익성 흐름 비교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1540개 상장·등록 기업을 조사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7년) 3분기 기업경영 분석’ 자료를 보자. 제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년 전의 6.0%에서 7.1%로 높아졌지만 적자 업체 비중은 33.1%에서 37.4%로 되레 뛰었다. 적자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원자재값 상승 등의 여파를 주로 중소기업이 떠안고 있음을 읽게 한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말라가서는 이룰 수 없는 구호다. 오히려 연쇄 부도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기우만은 아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 비율이 2004년엔 열에 세 곳 정도였으나 지난해에는 네 곳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에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에만도 68조원이나 불었다. 연간 증가액으로 사상 최대다. 튼실한 중소기업의 뒷받침 없는 대기업 경쟁력 강화나 일자리 창출이란 있을 수 없다. 정부도 대기업도 결코 가벼이 봐선 안 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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