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9 22:05
수정 : 2008.03.09 22:05
사설
언론사의 정치 분야 담당 간부들이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로 이동하는 일이 잇따라 벌어졌다. 지난달 <중앙일보>의 김두우 수석논설위원이 퇴사 직후 청와대 정무수석실 정무2비서관으로 임명된 데 이어, 엊그제는 <한국일보>의 유성식 정치부장이 청와대 정무수석실로 옮기기로 했다.
기자가 정치권으로 옮기는 게 이번만은 아니지만, 두 사람의 경우는 특히 고약하다. 유 부장은 사표를 내기 전날까지 정치 분야 보도를 총괄했고, 김 위원은 퇴사 이틀 전까지 정치 관련 칼럼을 썼다. 둘 다 논조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간부들이다. 그런 이들이 곧 특정 정파로 갈 생각을 하면서 바로 직전까지 기사와 사설을 쓰고 다듬었으니, 자신뿐 아니라 해당 언론사의 보도와 논설이 한꺼번에 의심을 받게 된다.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생명인 언론으로선 가벼운 일이 아니다.
언론인이 정치에 뛰어드는 데 대해선 정치와 언론의 유착, 언론의 비판 능력 상실을 걱정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진작부터 있었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선 특히 더했다. 현직 기자가 특정 대통령 후보의 선거캠프 회의에 몰래 참석했다가 발각되자 곧바로 그 캠프로 자리를 옮기는 등 언론 윤리가 크게 문제 된 일도 있었다. 유 부장과 김 위원 등이 이런 문제들을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들은 “편향된 기사를 쓰지 않았다”거나, “정치적 중립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과연 그랬는지, 헛된 합리화가 아닌지 되묻게 된다. 비판과 걱정에도 이런 일들이 버젓이 이어진다면 언론이 국민의 신뢰 속에 제자리를 찾는 일은 그만큼 어려워진다.
사실, 이번과 같은 일은 언론인의 자부심과 직업 윤리가 크게 흔들린 데 큰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기자를 정보원, 심지어는 사주의 경호원 따위로 다루는 풍토가 바로 그렇다. 양심에 따른 보도와 논평 대신 조직이나 사주의 필요에 복종하게 된다면, 기자가 아니라 소속 회사의 회사원일 뿐이다. 현직 기자가 정치권에 들어간 것을 ‘구직’ 차원으로 이해하는 일부 시각도 이런 참괴한 현실의 반영일 게다. 언론이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하자면, 기자가 사원이 아닌 언론인으로서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편집권 독립, 자사 이기주의 탈피 등 지난 십수년간 이어진 우리 언론 운동의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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